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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국의 초강력 제재 검토에도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는 푸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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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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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마주보고 있다. 제네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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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민족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월 직접 쓴 1만5000자 분량의 에세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합에 대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000여년 전부터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대에 17만5000명의 병력을 동원하자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에세이에 쓴 것처럼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우크라이나 합병 욕망을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의 각종 제재 경고에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집착하는 속내에 옛 소련에 대한 향수와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세이에서 옛 소련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였다며 역사, 언어, 민족, 종교의 유대를 강조했다. 냉전이 종식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소련의 현상유지를 약속했지만, 소련은 15개 나라로 분리되며 해체됐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까지 나토 가입을 희망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옅어지고 민주주의 색채는 짙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소련 지도자들의 실수로 “우크라이나를 도둑맞았다”고 말해왔다고 FT는 전했다.

카자흐스탄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고 시민사회 활동도 활발해 민주주의가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권역이 ‘서구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며 러시아의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민주주의가 러시아 바로 앞 마당까지 번져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 주민의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이 지역을 병합하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지는 한층 강해졌다. 현재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무력행사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토는 가입 후보 국가가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경우 나토 전체가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가입을 허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할수록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이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포진한 병력을 철수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거부권을 약속받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엄연한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강대국들이 대신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의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야망을 불태워도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방 민주주의의 확산 뿐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강화도 그 배경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확장하면서 러시아 권역까지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냉전 이후 소련에서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현재 러시아보다 중국과 훨씬 가깝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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