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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울시 구청장들 서울시 권위주의 행정 회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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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구청장협의회 이성 회장, “민간인 사찰과 다름없는 정보 취합 단호히 거부”,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내는 권위주의 시대의 행정은 그만할 때”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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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회장 이성 구로구청장)는 7일 오후 2시 서울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무분별한 정보 취합과 자치구 예산 전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시는 최근 자치구에 그동안 추진했던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모든 단체의 명단과 프로필, 강사의 명단과 약력, 강의록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에 분과에 참여한 학생이나 학부모 명단, 참여 강사의 약력과 강의록까지 전방위적으로 포함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입장문에서는 시민 안전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명단이나 강의록까지 요구를 해왔다는 점, 심지어 공문 형식조차 취하지 않고 담당자 이메일로 불쑥 제출 요구를 해왔다는 점을 들어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민간인 사찰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성 협의회장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방과후 동아리활동, 취미활동, 진로탐색, 환경보전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인적사항이 왜 필요한가?”라고 물으면서 “협의회는 과거 정보기관에서도 대놓고 수집하지 않던 사찰형식의 자료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서울시가 자치구에 제안한 ‘상권회복특별지원상품권’ 특별 발행 정책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사업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예산 출처와 세부 계획의 허술함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먼저 재원으로 언급된 ‘특별조정교부금’은 본래 자치구 예산으로, 서울시는 분배 역할만 하고 예산은 자치구별 현안 사업 추진에 쓰여왔다. 이 때문에 각 자치구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그동안 순위에서 밀렸던 민원 해결을 위해 긴급 예산 배정을 신청했으나, 서울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묵살, 최근 상품권 특별 발행에 배정한다고 통보한 것이 문제였다.

협의회는 “서울시가 지역 상권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전액 시비로 편성하는 성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예산 출처도 문제지만 허술한 계획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상권회복특별지원상품권’ 특별 발행을 제안하면서도 자치구별로 손실 규모가 큰 ‘1/3 행정동’에 한정해 발행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동별 손실 평균과 상관없이 당장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차별하게 돼 결과적으로 주민 갈등만 부추기게 될 설익은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모두가 힘든 시기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설익은 정책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고, 사업이 추진된다면 ‘1/3 이하 행정동’에 제한하라는 서울시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모든 동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참석자들은 “우리는 상생과 화합이라는 ‘덧셈의 정치’를 원한다”면서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고 확진자가 늘어가는 엄중한 시기에 편 가르고 분열하는 ‘뺄셈의 정치’는 설 자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입장문은 권한대행 체제인 종로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특별시 23개 자치구 구청장 공동 명의로 발표, 기자회견에는 이 성 협의회장(구로구청장), 박성수 사무총장(송파구청장)을 비롯해 모두 10명의 자치구 구청장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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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입장문 전문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서울시에 대한 서울특별시구청장 일동의 입장

서울시는 과거 권위주의적 행정 운영을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최근 서울시는 각 자치구 교육담당 부서에 그동안 추진했던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혁신교육에 참여한 모든 단체와 분과별 대표 명단, 참여 강사의 이름과 약력, 강의안이나 교재는 물론, 심지어 분과에 참여한 학부모나 학생의 명단까지 요구했습니다. 서울시의 이같은 행태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민간인 사찰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저작권법 위반 소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 보호 의무를 준수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더구나 공문 형식도 취하지 않고 담당자 이메일로 자료 제출을 당당히 요구하는 모습에서 과연 우리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가를 의심하게 합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위해 교육만큼은 정당과 정파를 떠나 민-관-학이 협력하여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된 정책입니다. 여기에는 서울시교육청과 25개 자치구뿐만 아니라 서울시도 공동주체로서 협약을 맺어 운영해왔습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수범사례로 평가받아 전국적인 확산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내년도 관련 예산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예산 삭감의 명분을 찾아내기 위해 무분별하게 민간인 사찰까지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방과후 동아리활동, 취미활동 진로탐색, 환경보전활동, 독서동아리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인적사항이 왜 필요합니까?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활동하는 마을교사, 문예체 보조교사들은 전업화가, 음악가, 체육인 등 각자 자기의 전공을 가지고 작은 강사료를 받으며 재능기부를 하고있는 주민들입니다. 이들의 명단이 왜 필요합니까?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실행 성과는 비교적 상세하게 매년 서울시에 제출하고 있고 기존의 자료로도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는 파악하는데 모자람이 없습니다.

과거 정보기관에서도 대놓고 수집하지 않던 사찰형식의 자료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서울시의 권위주의적 행정 운영 사례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는 자치구에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자치구 내 1/3 행정동에서 사용할 수 있는‘상권회복특별지원상품권’을 특별 발행하도록 통보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숨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특별조정교부금’은 자치구 예산으로, 서울시는 예산 조정과 분배 역할만 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역 상권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전액 시비로 편성하는 성의가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자치구별로 긴급 현안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또다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 예산을 협의 없이 서울시장이 용도를 마음대로 지정하고 생색내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서울시가 제시한‘1/3 이하 행정동’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치구별 행정동 가운데 평균적으로 손실 규모가 큰 1/3 행정동 내에서만 사용하는 상품권을 발행하라는 의미인데, 손실 규모가 평균에 가까워도 각각의 사업장 형편은 모두 다릅니다. 평균과 상관없이 당장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특정 행정동에서만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을 낳고, 이웃 주민들 사이의 갈등만을 부추길 뿐입니다.

이에 우리 서울시 구청장 일동은‘상권회복특별지원상품권’은 대의적 명분을 감안하여 발행하되 서울시의‘1/3 이하’기준은 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설익은 정책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주민자치나 민관협치 사업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더니, 이제는 혁신교육 예산의 삭감 명분을 찾기 위해 민간인 개인정보까지 무단으로 취합하는 실정입니다. 또한 시비 없이 자치구 예산만으로 생색내면서도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청장 일동은 상생과 화합이라는‘덧셈의 정치’를 원합니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고 확진자가 늘어가는 엄중한 시기에 편 가르고 분열하는‘뺄셈의 정치’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에 이제라도 시민 행복을 위한 상생·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1. 12. 7.

서울특별시 구청장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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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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