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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돈줄 푸는 중국, 돈줄 죄는 미국···한국 증시엔 반등 요인?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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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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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성 선전에서 지난 9월 한 남성이 헝다그룹 인근의 ‘통행금지’ 교통표지판 앞을 지나고 있다. 선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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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중앙은행의 최근 통화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과 공급 병목에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동성 축소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부동산 리스크 등으로 커진 경기 침체 가능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확대 조치에 나섰다.

■중국 지준율 인하, 미국 테이퍼링 속도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6일 공고문을 통해 오는 1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는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다. 지준율 인하는 시중은행 등이 중앙은행에 맡겨야 하는 돈을 줄여 유동성을 늘린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지준율 인하를 통해 시중에 약 1조2000억 위안(223조원)의 장기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에 나선 것은 헝다그룹 디폴트(부산)가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돼 중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건설·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헝다그룹 파산은 중소 은행들의 연쇄 부도와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헝다는 지난 3일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유동성 위기 때문에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된 것도 중국 정부가 유동성 확대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 기저효과 덕분에 지난 1분기 18.3%까지 치솟았으나 3분기에는 4.9%로 꺾였다. 일각에서는 4분기에 성장률이 2%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8.5%에서 8.1%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병목 장기화와 고용 부진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미국은 유동성 축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여 애초 예정보다 3개월 빠른 내년 3월에 종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달 1200억달러(약 142조원)어치 매입하던 채권을 11월과 12월 각각 1050억으로 줄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이퍼링 조기 종료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 하반기에서 내년 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오는 14~15일 열릴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이 내년에 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던 입장도 변경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증시엔 반등요인 전망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지준율 인하가 미 연준의 조기긴축 우려와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부진해진 증시에 반등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 내에서 중국과 한국이 동반 약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외국인 관점에서 한국 증시의 매력이 확대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위안화 강세에 동반한 원화 강세 요인이며,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한국 증시 반등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한·중 간 수직적 무역구조 특성으로 인해 중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중간재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연준의 테이퍼링 가속은 달러화 강세와 국내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국이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물가 급등을 유발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과거 미국의 테이퍼링 시기에 한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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