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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청소년 방역패스’ 반발에… 정부 “12~17살 백신 이상반응, 성인보다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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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 백신패스 철회 촉구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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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774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다치를 갈아 치웠다. 최근 5주 동안 60대 이상 코로나19 사망자는 941명으로 1000명에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추가접종(부스터샷)과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하다.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에 대응하려면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려고 도입한 ‘방역패스(접종완료·음성확인제)’ 확대 방안은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방역패스’를 통해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화를 키운 것이다.

정부는 이날 뒤늦게 소아·청소년 백신 이상반응 신고 현황을 공개하며 국민 설득에 나섰지만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도 코로나19에 걸리면 합병증 등으로 고생할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백신 접종 역량을 끌어올려 부스터샷 접종을 독려할 것을 주문했다.

◇ 정부 “12~17세 이상반응 신고, 성인보다 적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비대면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신고현황을 발표하고, 12~17세 소아·청소년의 백신 이상반응 비율이 전체 연령과 비교해 낮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 접종 이상반응 신고는 전체 연령에서 10만건당 367.1건이었으나, 12~17세의 화이자 백신 10만건당 이상반응은 262.3건으로 적었다. 또 12~17세 이상반응 중 발열, 두통 등 심각하지 않은 일반 이상반응 비율은 98%로 확인됐지만, 전체연령에서는 일반 이상반응의 비율이 96.3%로 나타났다.

이연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관리팀장은 “12~17살 소아·청소년이 전체 연령보다 중대 이상반응 신고율이 낮지만, 접종 부위 통증, 두통, 발열 등의 일반 이상반응 신고율은 높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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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양기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한림대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추가접종) 권고 및 안내 사항 등을 설명하는 질병관리청-대한의사협회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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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부가 청소년 백신 이상반응 신고현황을 공개한 것은 이 연령대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12월 현재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접종 완료율은 31.2%로 50%에 미치지 못한다.

백신접종률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떨어진다. 16~17세 접종완료율은 약 64%, 12~15세는 13.1%로 매우 낮다. 지금까지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12~17세는 143만명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3차 접종률도 지지부진하다. 60세 이상 부스터샷 접종은 이날 현재 7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접종률은 12월 1주차 기준 18.1%에 그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일에는 부스터샷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3차 접종을 권고하는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 코로나19 약한 고리, 소아‧청소년 및 고령층

고령층과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발생률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현저히 높다. 12월 1주차(11월 28일~12월 4일) 연령대별 인구 10만명당 일평균 확진자 발생률은 60대 이상이 12.6명으로 가장 많았고, 12~15세 연령대는 12.4명으로 곧바로 뒤를 이었다.

이는 성인(20~59세) 6.4명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높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코로나19 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5주간 60대 이상 코로나 사망자는 941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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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소재 이비인후과에서 한 학생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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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아 청소년과 60세 이상 고령층이 코로나19 감염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방역패스 확대 정책은 오히려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 주요 학부모 단체들은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 반대하는 단체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발은 정부가 일관성 없는 백신 접종 정책을 펴면서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당장 수도권 전면 등교를 시행할 때도 “학생 감염 위험은 크지 않다”고 했다가 방역패스 도입으로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했고, 부스터샷과 관련해서도, 한달 전만 해도 심근염·심낭염 등 부작용을 이유로 30세 미만의 모더나 백신 접종을 금지했다가, 이번에 추가접종 때는 18~29세의 모더나 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 “국민 설득하고 접종 시스템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 설득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스터샷에 대해 “정부의 부스터샷 접종 정책 결정이 짧은 시간에 이뤄지다 보니, 정부가 부스터샷 접종의 의미와 필요성을 충분히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신속한 접종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위중증화율이 높은 고령층으로) 감염의 고리를 끊는 차원에서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을 권고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 건강의 관점에서 백신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며 “코로나19에 걸려서 경증으로 지나간다고 해도 한번 감염되면 합병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백신은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신 접종 역량을 끌어올리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확진자 의료 대응 쪽에 집중하면서 부스터샷이나 소아·청소년 접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방역당국이 지난번 2차 접종 당시 드러낸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로 백신 접종을 관할하는 보건소, 지자체 등에 업무가 과중된 상태다”라며 “확진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인력을 충원하거나 업무를 나눠서 분담하는 식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최정석 기자(standard@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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