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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SG 공시 의무화, 규제보다 유인강화 방향이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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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ESG 공시 확산전략 토론회에서 ISSB 설립 의의와 우리나라 대응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1.1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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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표준화를 위한 작업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최근 국내 ESG 공시를 둘러싼 논의가 지나치게 당위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기준에 따른 ESG 공시 확산전략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설립을 공식화했다. ISSB는 내년 2분기 초안을 마련한 뒤 하반기 중 확정될 예정으로, 이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공시 기준 표준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위원은 "ISSB의 가장 큰 설립 목표는 공시정보의 표준화를 이루고 대표성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기준선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신력 있는 주요 국제 이니셔티브가 참여한 만큼 국제적으로 대표성 있는 기준 마련이 가시화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은 영국, 일본, 중국, 홍콩 등 국가도 대부분 ISSB 설립을 지지했고, 미국과 유럽연합 역시 글로벌 기준 제정에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역시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최근 ESG 정보공시를 둘러싼 논의가 지나치게 당위적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ESG 경영과 공시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단순히 ESG 경영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공시 의무화를 규제 수단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기업의 자발적 공시 유인이 발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면적인 공시 강화보다는 유인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정보공시 의무화 일정은 ISSB 일정에 연계해 일부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사는 의무화 일정을 1~2년 정도 앞당길 수 있지만 추후 전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이미 ESG 정보 자율공시 기제가 작동하는 만큼 시급히 의무화를 추진할 실익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기준 지주사를 제외한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 중 59%, 5조원 이상 기업 중 74%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다.


"과거지향적 공시에서 미래지향적 공시로 변모"

한편 이날 심인숙 기업지배구조원장이 사회를 맡은 좌담회도 함께 진행됐다. △임재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앞으로 ESG 정보 공시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공시가 지난 것을 그냥 보여주는 과거지향적 공시였다면 이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미래 지향적 공시가 될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수동적이지 않고 기업의 ESG 경영 전략을 버무리는 공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기보다 자율 규제의 영역에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임 부이사장은 "ESG 이슈는 각 산업군과 영업 행태 등에 따라 다양한 만큼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사업보고서로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과도한 규제보다는 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하고,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공시를 바라보는 기업의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우리나라는 ESG가 투자자의 판단을 위한 고려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표가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어차피 가 야할 길이라도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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