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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미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미·중 충돌에 커지는 청와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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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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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6일(현지시간) 내년 2월 개최되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차원의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밀착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방침에 대해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우리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에 이어지는 릴레이 올림픽으로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 및 남북관계에 기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기본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발표에도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미리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해 왔다”며 “(미국 측이) 보이콧 동참 등 관련 요구를 해온 바는 없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는 동맹국에도 이 결정을 알렸고, 명백히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결정은 동맹국·우방국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자 외교안보 협의체), 파이브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자 기밀정보 동맹),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협의체) 등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우선 보이콧에 동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인권침해를 올림픽 보이콧의 표면적 이유로 제시한 상황에서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인권 문제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해 오는 9~10일 화상으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약 110개국 정상이 초청받았는데, 당장 이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가 다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중국도 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와 잇따라 만났다. 이후 중국 매체들은 한국 측의 베이징 올림픽 지지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의 견제 포위망을 뚫기 위해 한국을 포섭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 초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중 정상회담 때는 중국의 올림픽 참여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선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처한 현실상 미·중 가운데 하나를 전적으로 선택하기가 어려운 만큼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할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던 정부 구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정상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정부는 올림픽이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종전선언은 미국과 중국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양국 대립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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