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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푸틴-모디 브로맨스?…'러시아·인도 밀착'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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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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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6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델리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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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인도가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는 중국·파키스탄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고, 러시아는 미국의 압박에 따른 위기감으로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국방·무역·에너지·우주 기술·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7일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협력 합의 사항들을 담은 99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인도에 54억 달러(6조3730억) 규모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했다. 인도는 6억 달러(약 7071억원) 상당의 합작 투자 계약을 통해 러시아가 설계하는 돌격소총 60만개 이상을 공동 제조하기로 했다. 양국은 2030년까지 유효한 10년간의 군사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2025년 말까지 교역 목표를 현재의 3배가 넘는 300억 달러(35조3850억)로 설정했다.

“오래된 친구”라는 푸틴 대통령의 말처럼 양국 관계는 전통적으로 돈독한 편이었다. 인도는 냉전 시대부터 수십년 동안 러시아 군사 장비에 크게 의존하며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어 왔다. 미국과의 교역을 늘리는 등 무기 수입처를 다양화했으나 여전히 무기 공급의 절반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양국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상하이 협력기구(러시아·인도·중국·파키스탄·중앙아시아 국가), 러시아·인도·중국(RIC) 등 여러 다국적 포럼에서도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최근 중국의 영향력 견제를 위해 미국과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쿼드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영향력 확대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대결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열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회담은 인도 외교의 무게 중심이 미국으로 완전히 쏠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국은 인도의 러시아제 무기 도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보여왔지만, 인도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 배경에는 인도의 당면 문제인 중국·파키스탄 리스트가 자리잡고 있다.

인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영토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경에서의 충돌로 인도군 최소 20명이 숨졌고, 중국은 병사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 위험도 남아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테러 위험이 증가한 것도 양국 협력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러시아 무기를 사들여도 미국이 쿼드 참여국인 인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인도와 긴밀한 관계 유지는 중요하다. 당장 군사 협력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경쟁을 위해 인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오커스와 쿼드 등 안보 협의체를 통한 미국의 지역 영향력 강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진출 교두보 중 하나인 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미국의 연합전선을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러시아는 갈등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인도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상회담은 “러시아가 서방 너머에 여전히 많은 친구가 있음을 상기한다”고 평가했다.

인도 싱크탱크인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의 인도·러시아 관계 전문가 난단 운니크리슈난은 “인도는 미국과, 러시아는 중국과 친밀해 인도·러시아 관계가 흐트러졌는지 의심이 제기됐지만 이번 정상회담으로 모든 의심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강한 인도가 필요하다”면서 러시아와 인도의 협력 강화가 미국의 대인도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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