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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냉혹한 현실' 본 이재용, 수뇌부 다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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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파격인사 ◆

매일경제

이재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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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DS)·생활가전(CE)·IT모바일(IM) 등 3개 사업부문의 사령탑을 일괄 교체했다. '뉴 삼성'의 기치를 내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피드'와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미래지향적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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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는 3개 부문장을 교체하고 CE부문과 IM부문을 '세트(Set)부문'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세트부문장은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DS부문장은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은 경계현 사장이 이동하게 됐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기존 부문장 3명을 대신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때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문 사령탑이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DS부문장을 맡던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했다. 권오현 전 회장에 이어 삼성전자 회장직에 오르는 샐러리맨 신화를 쓴 것이지만 실무에서는 비켜섰다. 부회장의 경우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맡고 있는 정현호 사장이 한종희 사장과 함께 나란히 승진했다. 사업지원 TF는 그동안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미래 사업 발굴이라는 중책도 맡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 때 느낀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3인 수뇌부를 전격 교체하고 50대 부문장을 내세워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할 정도로 시장에서 느낀 위기감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CE부문과 IM부문을 합친 세트부문의 신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 1~2년 새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이 급변하면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전과 모바일이 서로 간 장벽을 높이 쌓고 헤게모니 싸움을 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트부문 신설을 통해 삼성전자는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시너지 창출과 차별화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한다는 각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함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승훈 기자 / 오찬종 기자 / 박재영 기자]

가전·모바일 벽 허문 삼성…"미래 사업 민첩대응" 속도전

삼성 파격 조직개편 의미

융복합 시대 CE·IM 다시 통합
사업부문간 경계 허물기 가속
의사결정 과정 단축 포석도

李부회장 '엄중한 현실' 인식
과감한 조직혁신 의지 반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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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7일 3개 부문장 겸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DS)부문을 맡던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하고, 소비자가전(CE)부문 김현석 대표와 IT모바일(IM)부문 고동진 대표는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다.

삼성전자가 부문장 3명을 모두 바꾼 것은 2017년 10월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대표 교체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에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휘말리면서 사상 초유의 인사 중단 사태를 맞았다. 2016년 인사를 건너뛰면서 당시 준비하던 변화와 혁신이 중단됐고, 이듬해 총수 부재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이번 인사도 새로운 시대와 변화를 위한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로 요약된다.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도전과 혁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인사 배경에는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전 세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온 이 부회장의 엄중한 현실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인사가 당초 예상보다 조금 늦어지고 유임될 것으로 보였던 3개 부문장이 전격 교체된 배경을 이 부회장의 절박함에서 찾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 이번 인사가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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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가 반도체(DS)·소비자가전(CE)·IT모바일(IM) 등 3개 부문 사령탑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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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세트부문 부활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세트와 부품(반도체) 등 2개 부문으로 회사 조직에 변화를 줬다. 4대 사업총괄 산하 제품사업부 체제를 사업 특성과 관련 기술, 주요 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개 부문 체제로 바꾼 것이다. 2개 부문 체제로 재편한 이후 삼성은 2011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세트(DMC) 부문을 CE와 IM 부문으로 분할했다. 이후 갤럭시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등 성과를 내자 삼성전자는 IM 부문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이 결과로 2012년 정기 인사 때 DMC가 해체되고, 최근까지 삼성전자의 핵심 체계가 된 'DS-CE-IM' 삼각편대 체제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CE와 IM 간 경계를 허물고 10년 전 양대 부문 체제로 돌아간 것은 융복합 산업 환경에서의 생존을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회사인 애플이 전기차를 만들 정도로 산업환경은 바뀌고 있는데, 삼성은 여전히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 간 경계가 뚜렷해 서로 간에 융복합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에야 가전의 비스포크 개념을 스마트폰에서 일부 채용한 사례가 나왔을 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부문 간 경계를 허물고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문 간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융복합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번 세트부문 신설을 통해 이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DS부문과 세트부문으로 나뉘면서 지원조직도 각 부문을 명시해 안배됐다. 이번 인사에서 법무실 송무팀장을 맡던 김수목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세트부문 법무실장을 맡게 됐다. DS부문 경영지원실장(CFO)이던 박학규 사장은 세트부문 CFO로 이동했다. 기존 DS부문 CFO는 김홍경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가 미국 사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각 부문 수장도 모두 사장급으로 격상됐다. DS부문은 2023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세트부문은 미국 공급망 사태에 따른 제품 수급 불안 요인을 없애고,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반영해 북미 총괄이던 최경식 부사장은 이번에 세트부문 북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이 아닌 마케팅 전문가인 그가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끌어내는 등 북미 지역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삼성은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을 맡던 강인엽 사장을 DS부문 미주 총괄사장으로 배치해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창출의 역할을 맡겼다. 기존 강인엽 사장 자리는 전략마케팅실장을 맡던 박용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이승훈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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