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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 중국과 전면전 예고…“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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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미국은 왜 인권 이슈를 내세우나

미-중 경쟁 승리 위해 협력·경쟁 동시 추진

기후 문제 등엔 협력, 민주주의·인권엔 양보 없어

9~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사흘 앞두고

민주주의-권위주의 가치 대결의 각 명확히 해


한겨레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6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2월 열리는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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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미국 동부시각·한국시각 16일) 194분에 걸친 미·중 정상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복잡미묘한 미-중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엇갈린 보도가 이어졌다.

첫 보도는 ‘갈등’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회담 이튿날인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중국이 자행하는 인권 탄압 등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번째는 협력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희망적 내용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이 함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열달 만에 성사된 화상 회담을 통해 ‘갈등을 관리해 가자’고 뜻을 모은 직후 양국 관계의 미래와 관련한 ‘정반대’ 방향의 뉴스가 쏟아진 것이다.

예고대로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의 칼을 빼 들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 지역에서의 인종에 대한 지속적인 집단학살과 범죄, 그리고 다른 인권 유린을 고려해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시키되 정부 공식 대표단은 개·폐회식 등에 불참하는 것을 말한다. 사키 대변인은 “훈련하면서 이 순간을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올바른 조처가 아니라고 본다”며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하겠지만, 중국의 인권 유린을 고려할 때 “이번 올림픽을 대대적으로 축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내년 2월4~20일, 패럴림픽은 3월4~13일 열린다.

이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9~10일 화상으로 주재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미국은 이 회의에 한국과 대만 등 110여개국을 초대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은 제외했다. 유엔 총회 규모에 맞먹는 대대적 회의에 앞서 중국의 인권 상황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하며,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가치 대결의 각을 선명하게 세운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는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직후 뉴질랜드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듯이 인권 옹호는 미국인의 디엔에이(DNA) 속에 있다. 우리는 중국과 그 너머에서의 인권 증진을 위해 계속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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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이 끝난 지 한달이 채 못 돼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중국과 전면 대결을 불사하려는 듯한 미국의 행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경쟁해야 하는 영역에선 경쟁을 겁내지 않고, 협력할 부분에선 협력하겠다”는 대중 ‘투트랙 전략’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정상회담을 앞뒤로 미·중은 기후변화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국제 유가 억제를 위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하는 등 일부 공조 기류를 형성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겠다고 공언해온 인권·민주주의, 대만, 첨단기술 분야에선 양보 없는 냉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정부들보다도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더욱 전면에 내걸고 있기에, 미-중 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권단체들과 공화당이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응해 아예 올림픽에 선수단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초당적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은 경쟁과 협력이란 투트랙을 내세우지만, 중국은 “서로 존중하는 윈윈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트랙’을 굽히지 않으며 파열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백악관의 공식 발표 전인 6일(중국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올림픽은 정치적인 쇼도, 이를 위한 무대도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며 “노골적인 정치적 도발이자, 올림픽 헌장의 정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14억 중국 인민에 대해 무례한 처사”라고 분노했다. 이어 “미국이 독단적인 행태를 고집한다면, 중국은 단호한 대응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의 고유 가치로 내세우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4일 자국의 제도가 가장 민주적이라는 주장을 담은 ‘중국의 민주’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하는 등 반격을 시도했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이다. 정부는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발판을 마련하는 ‘어게인 평창’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미국의 보이콧 선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마지막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며,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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