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금융·부동산 집중하는 이재명… 지지율 오르자 다시 ‘좌클릭’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李 ‘경제대통령’ 프레임 띄우기

“가난한 자가 이자 더 내는 구조 부당”

서울대서 기본대출 공약 당위성 강조

당 일각 ‘합니다’ 모드 회귀에 우려도 부

동산 정책에선 공급 확대 재확인

“층수 용적률 완화… 민간공급 늘려야”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금융과 부동산 관련 메시지에 집중한 까닭은 경제를 살리면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총장에서 대선주자로 직행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보다 경제, 민생 문제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 중도 지향 행보를 통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자, 경제 분야에서 다시 ‘좌클릭’으로 선회하는 신호를 보이면서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강연에서 공약 중 하나인 ‘기본대출’의 당위성을 내세우면서 ‘금융 공공성’을 강조했다. ‘기본대출’은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을 장기간(10∼20년) 저리(약 2.8%)로 대출받게 하는 제도다. 이 후보는 “금융의 공공성과 수익성 두 가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개인과 기업은 돈을 열심히 벌기 위해 잘하는 게 당연한데 국가는 (국민들이) 같이 살게 해야 한다”며 “그런데 금융영역에선 이게 작동하지 않는다. 세금도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내는데, 왜 금융은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 신용이란 국가 권력, 국민주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빠지고 있다.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금융 배제’를 당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럴 때는 국가의 공적개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공적 기능을 일부 담당하던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전부 상업은행이 됐다”며 “오로지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인 은행으로 바뀌었는데 과연 그것이 정의로운가. 저는 그렇지 않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 은행이란 공적 기능도 하는 것이다. 돈도 벌어야 하지만,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해내야 한다”며 금융 공공성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20만원이 없어서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 상당히 많다”며 “그런 사각지대가 있고, 일정 범위까진 효과가 있다. 그것을 넘어서면 비효율이 발생하고 거기까지 안 가게 하는 게 정책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발언에 당내 일각에서는 ‘좌클릭’ 행보가 결코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지지율이 소폭 상승세를 나타내자 ‘이재명 본색’이 나왔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중원으로 나가야 하는데 자꾸 귀퉁이에서 싸우려고 한다”며 “최근 공약을 일부 철회할 수도 있다는 유연성 덕분에 지지율이 오르자 다시 ‘이재명은 합니다’ 모드로 돌아간 것 같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걱정했다.

세계일보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7일 서울 마포구 모임 공간에서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를 열고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후보는 다만 부동산 정책에서는 공급 확대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후보는 이날 마포에서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를 열고 “진보정권은 수요를 통제하면 비정상적 집값 상승이 없을 것으로 봤는데 시장은 달리 봤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두려워할 필요 없이 공급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며 “어차피 도시는 계속 밀도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층수 용적률을 일부 완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고 공공택지 공급도 지금보다 과감히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금융과 부동산 문제 등에서 대안을 제시하면서 경제 정책 등 윤 후보보다 훨씬 준비된 후보임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