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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병상 늘려' 묻지마 명령에 "의료진 번아웃"…한 의사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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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백애린 순천향대 교수 중환자 진료 실태 공개

"준비 안 된 위드 코로나"...수습은 의료진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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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애린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 사진=순천향대 제공


최근 코로나19(COVID-19) 중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병상 수를 늘리라'는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의료진 고충이 크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백애린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실태'를 발표하며 "준비 안 된 '위드 코로나'로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행정명령으로 (중환자) 병상 수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지난달 말부터 병상 가동률은 100%"라면서 "(중환자) 병상 수를 행정명령으로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데 중환자실 인력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통해 의학·윤리적 우선순위 고려 없이 (중환자의) 무분별한 입실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병원은) 환자를 받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는다"고도 했다.


"위드 코로나→중환자↑→묻지마 병상늘리기→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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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운영을 위해 '공중보건의사'를 파견했지만, 백 교수에 따르면 이들이 중환자 병상에는 투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병상 근무조당 간호사 배치를 중환자 1명당 간호사 1.8명을 지침으로 삼았지만, 현장에선 적용되지 않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백 교수는 초보 간호사를 중환자 병상에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치료에는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이 제일 중요하다. 최소 1년 이상 경력 간호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중환자실 간호사 특징은 높은 사직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간호사 풀이 부족하지만, 무리한 행정명령에 따른 병상 확대로 중환자실에 비경력 간호사나 신규 간호사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신규나 경력 간호사를 재채용하고 있지만, 단기 교육 과정을 통해선 중환자 간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수년 간 잔뼈가 굵어야 중환자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환자실 간호사는 고된 업무를 하면서도 봉급은 적어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올 9월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1.8명이 코로나19 중환자 1명을 간호하는 게 안전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일선 의료 현장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백 교수의 증언이다.


중환자 돌볼 의사도 '태부족'


코로나19 중환자에 삽관하고 있는 의료진 모습. / 영상=백애린 교수

간호 인력은 물론 중환자 치료 전문의 역시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수본이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운영을 위해 '공중보건의사'를 시·도에 파견했지만, 이들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백 교수는 "국가에서 파견한 공중보건의사 중 실제 내과 전공자는 없어 중증병상 배정이 불가했고, 준중증병상에 배정을 했다"며 "결국 내과 진료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중환자 전문의들은 삽관이 필요한 환자 1명당 2시간을 쓰고, 인공호흡기를 쓰는 환자 한 명만 입원해도 24시간 환자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코로나19 중증환자가 늘어날수록 전문의들마저 '번아웃'에 가까워진다. 백 교수는 군의관 중 내과 전문의를 파견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의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향후 과제로 "중환자 치료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를 육성해야 한다"며 "의대와 간호사 정원 확대, 공공의대 개설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병원의 중환자실 의료 인력 확충이야말로 국가에서 해야 할 공공의료 대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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