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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2~17세 접종이득 크다는 정부, 알고보니 위험 분석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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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 에서 화이자 백신으로 3차 추가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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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17세 소아ㆍ청소년에 대해 코로나19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접종에 따른 이득과 잠재적 위험의 크기를 따지는 분석조차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은 지난 3일 12~17세에도 내년 2월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해당된다. 학원이나 도서관, 독서실, 태권도장ㆍ수영장 등 학생들의 일상과 직결된 시설에 가려면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한다. 대다수 학부모나 학생들에겐 접종 의무화로 인식된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ㆍ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12~17세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을 변경하면서, 이들 연령대에 대한 접종 편익 분석은 하지 않았다. 홍정익 방대본 접종관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2~17세의 접종 편익 분석을 공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홍 팀장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제안 내용을 공유하는 정도였고, 공개할 수 있는 만큼 접종 편익 분석을 의뢰하지는 않았다”라며 “접종편익이라는건 방역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고 밝힌 바 있는데, 환자 발생이 많으면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접종편익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 요소는 심근염ㆍ심낭염 등 이상반응이다”라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지난 9월 27일 12~17세 접종 계획을 발표하며 ‘자율 접종’을 강조했다. 당시 코로나19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당뇨ㆍ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 소아청소년은 접종에 따른 순편익이 크므로 접종을 적극 권고하며, 건강한 소아청소년은 순편익의 크기가 성인이나 고위험 소아청소년에 비해 작기 때문에 접종 정보를 충분히 검토한 뒤 접종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두달여만에 ‘접종 의무화’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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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전면등교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대국민 호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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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ㆍ청소년 접종을 당부했다. 초중고 전면등교 시작 이후 10대 확진자가 급증한 원인을 해당 연령대의 낮은 접종률이라고 본 것이다.

이 자리서 정은경 질병청장은 “많은 부모님들께서 백신의 효과는 알지만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접종을 고민하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12~17세에서의 백신 부작용 보고 사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최근 지역감염 위험이 증가하면서 예방접종의 이득이 커지고 있어 정부는 소아ㆍ청소년 백신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접종하는게 더 이득이라고만 말할 뿐 해당 연령대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위험이 얼마나 되고 접종으로 얻는 이득은 얼마나 큰지, 접종에 따른 잠재적 위험은 어느정도인지 말하지 않았다.

정부는 “접종 의무화가 아니라 미접종자에 대한 보호 조치”라고 설명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학생 다수가 모여서 이용하는 시설에서의 보호조치가 현재의 방역수칙 준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예방접종을 완료한 이들 중심으로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학생들의 코로나19 확진, 유행 전파를 차단하고, (학생들을)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전국 초중고에선 교내 단체 접종을 위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접종 대상자 입장에서는 강제 접종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지난 6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백신 접종은 더는 선택이 될 수 없다”면서 “어르신, 학부모님, 청소년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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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직원이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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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을 주저하는 학부모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성장기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말한다. 심근염ㆍ심낭염 처럼 당장 나타날 이상반응도 걱정이지만, 장기적인 부작용을 우려한다. 중3 딸을 둔 주부 한모(47ㆍ서울 서초구)씨는 “나는 백신 반대론자가 아니다”라며 “나와 남편은 코로나19 백신을 제깍 맞았고, 아이를 기르면서 필수 예방접종을 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챙겼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한씨는 “코로나19에 걸려 생길 위험과 접종 위험을 비교할 근거가 없는데 뭘 보고 아이한테 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모들은 학원 등이 돌봄의 기능까지 맡아주는 곳이라 더 고민스럽다.

초6ㆍ중2 아들을 둔 직장인 정모(45ㆍ경기 용인시)씨는 “남자아이들에게 화이자 이상반응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해서 접종을 안 시킬 생각이다”라며 “내년부터 학원을 못 보내게 되면 퇴근 전까지 아이들이 방치될 것 같아서 고민스럽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내년 학원 못 보내는 아이들 늘어나면 과외선생이 안 남아나겠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ㆍ영국 등 해외서도 소아ㆍ청소년 접종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무화에 가까운 접종 정책을 펴지는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세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을 권고한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지난 9월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소아청소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이 낮지만, 중증 감염과 다기관염증증후군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소아청소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격리 및 등교중지에 따른 학습권의 침해, 심리적 위축 등 정신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 사회적 결손 등 다양하고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소아청소년 본인에 대한 예방효과와 함께, 집단면역 형성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의 유행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백신접종 후에 아나필락시스, 심근염, 심낭염 등 드물게 발생하는 이상반응과 백신의 장기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라고 했다. 미국에선 12~17세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10만명 당 175명꼴로 발생했고, 심근ㆍ심낭염은 10만명당 2.09명~3.4명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전면 등교로 소아청소년의 감염이 늘어난 만큼 접종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접종을 강제하는건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소아청소년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동현 한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사망에 이르지 않지만, 감염됐을 때 후유증 문제가 있다. 또 학생을 통해 부모와 조부모로 전파 가능한데, 활동량 높은 집단이라 이들을 두고는 한 쪽이 뚫려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종현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는 “mRNA 백신이 심낭염ㆍ심근염을 유발한다는 걸 처음에 몰랐지만 뒤에 나타났다”라며 “장기적 영향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아청소년에 백신 접종을 지금처럼 의무화해선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대개 자연 회복하는데, 코로나19 억제라는 사회적인 가치를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스더ㆍ이우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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