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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청소년 방역패스’ 말 뒤집은 당국, 불안부터 해소해야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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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이라더니 강제가 됐다. 청소년 백신접종 이야기다. 백신 예약률 공개조차 압박처럼 비칠까 조심스러워하던 교육부가 이제는 앞장서 주사를 맞아 달라고 한다. 정부는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방역패스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접종 청소년에 대한 제재 선언이다. 얼마 전까지 “백신접종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던 같은 정부인가 싶다. 정부 결정에 따라 내년 2월1일,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부터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학원에 갈 수 없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인 데다 백신패스 형평성 논란에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이 크다.

스스로 행보가 꼬이니 부처에서 ‘원 보이스(one voice)’가 나올 리 없다. 방역당국은 “학습권보다 안전”을 이유로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이는 “방역보다 학습”이 먼저라던 교육당국과 정반대다. 학습이 우선인 교육당국은 “등교수업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발표했고, 안전이 먼저인 방역당국은 “백신패스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세계일보

정필재 사회부 기자


당국의 입장도 수차례 번복됐다. 교육부가 2학기 전면등교를 추진할 땐 “학교는 안전한 편”이라고 주장했지만 청소년 확진자가 확 늘자 “학교 방역만으로 완전하지 않다”고 물러섰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어렵게 이뤄낸 일상회복에서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방역패스가 발표됐고, 문 대통령도 “이해를 구한다”며 수습했다.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은 길을 잃었고 당국은 아이들의 팔에 주삿바늘을 꽂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구 10만명 기준 청소년 확진자 수가 성인을 넘어선 이유는 청소년의 백신접종률이 낮아서란다. 하지만 12~19세 확진자 중 사망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여기에 곧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된다는데 백신을 서둘러 맞아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눈앞의 차별과 불이익은 현실이다. 눈 딱 감고 아이들의 팔을 내밀어야 할까. ‘2차접종’으로 완료라더니 부스터샷이 ‘3차접종’으로 둔갑했고, 그 이후까지 예고됐다. 돌파감염은 여전히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방역 상황을 위해 청소년 접종을 요구하겠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백신 접종률을 올리자고 학교가 수요를 조사하고 학원 문을 막도록 할 게 아니다. 부작용을 세세히 밝히고, 정부는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코로나19보다 백신이 두려운 이들의 불안과 불신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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