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보가 꼬이니 부처에서 ‘원 보이스(one voice)’가 나올 리 없다. 방역당국은 “학습권보다 안전”을 이유로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이는 “방역보다 학습”이 먼저라던 교육당국과 정반대다. 학습이 우선인 교육당국은 “등교수업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발표했고, 안전이 먼저인 방역당국은 “백신패스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정필재 사회부 기자 |
당국의 입장도 수차례 번복됐다. 교육부가 2학기 전면등교를 추진할 땐 “학교는 안전한 편”이라고 주장했지만 청소년 확진자가 확 늘자 “학교 방역만으로 완전하지 않다”고 물러섰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어렵게 이뤄낸 일상회복에서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방역패스가 발표됐고, 문 대통령도 “이해를 구한다”며 수습했다.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은 길을 잃었고 당국은 아이들의 팔에 주삿바늘을 꽂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구 10만명 기준 청소년 확진자 수가 성인을 넘어선 이유는 청소년의 백신접종률이 낮아서란다. 하지만 12~19세 확진자 중 사망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여기에 곧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된다는데 백신을 서둘러 맞아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눈앞의 차별과 불이익은 현실이다. 눈 딱 감고 아이들의 팔을 내밀어야 할까. ‘2차접종’으로 완료라더니 부스터샷이 ‘3차접종’으로 둔갑했고, 그 이후까지 예고됐다. 돌파감염은 여전히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방역 상황을 위해 청소년 접종을 요구하겠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백신 접종률을 올리자고 학교가 수요를 조사하고 학원 문을 막도록 할 게 아니다. 부작용을 세세히 밝히고, 정부는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코로나19보다 백신이 두려운 이들의 불안과 불신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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