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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출생이 비천" 이재명의 '감성 소구', 비호감 낮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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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눈물을 보이고 가정사를 고백하며 중도층 유권자 유인을 위한 '감성 소구'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기존의 '강성' 이미지를 상쇄하는 수단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의 이야기를 듣던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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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감성 정치 3박자는 '짧게, 영향력 있게, 진솔하게'"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모습이 낯설다. '이재명은 합니다' 대선 표어 속 강성 정치인 모습은 잠시 셔터를 내렸다. 대중에게 눈물을 보이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 후보의 최근 행보는 일종의 '감성 소구(感性訴求)'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앞으로 90여 일을 이미지 변신을 위해 분투하리라 예측하면서도, 유권자들을 향한 감성 소구가 이 후보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터닝포인트'가 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 후보의 "출생이 비천하다"는 언행이 화두에 올랐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을 방문해 "제가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 주변을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며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제 출신이 비천한 건 제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 달라"고 고백했다.

이어 이 후보는 자신의 가족 문제를 둘러싼 비난을 의식한 듯 "그런데 누가 '집안이 엉망'이라고 흉을 보더라"며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고 주어진 일은 공직자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화장실 청소부였던 아버지, 화장실 앞에서 휴지를 팔던 어머니, 탄광 건설 노동을 하다 추락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한 큰형 이야기, 생전 정신질환을 앓았던 형 故 이재선 씨, 미싱사로 일하다 산재 처리도 못 하고 화장실에서 숨진 넷째 여동생 이야기 등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비교적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나고 자라, 사법고시도 9번 볼 수 있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차별화' 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가난한 집안의 '소년공' 이미지를 부각해 인간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후보가 자신의 SNS를 통해 연일 공유하고 있는 '웹 자서전',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인간 이재명' 자서전 독후감 챌린지 등도 감성 소구 전략의 일환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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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SNS에 연일 웹 형식의 자서전을 공개해 자신의 인생사를 밝히며 국민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이 후보와 웹 자서전 일러스트 그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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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한 예능에 출연해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할 때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앞서 같은 달 20일 충청권 민생 탐방 중에는 노년 상인과 만나 "어머니 생각이 났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행보와 발언에 '감성팔이'라며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 후보 선대위 측은 "감성 정치 전략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 캠프가 먼저 이 후보의 과거를 물고 늘어지니 후보가 직접 '있는 그대로' 가족사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가족 얘기를 본인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기 위함"이었다며 "반대쪽에서 (후보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공격하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후보가 그런 얘기를 왜 하겠냐"며 강변했다.

감성 정치는 과거에도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표심을 얻는 선거 전략으로 꼽혀왔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울림 있는 대선 후보의 눈물은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일화는 감성 정치의 성공적 일례로 꼽힌다. 그는 1997년 대선 때 국민회의 대통령후보로 TV 아침 방송에 나와 사별한 첫 부인을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당시 브라운관을 시청하던 국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모습에 마음을 움직였고, 이후 긍정적인 이미지 변화로 지지율 상승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 선대위는 부정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이 후보의 최근 변화된 행보는 '감성 정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의 '비호감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감성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일차적으로 비호감도가 낮아진 이후에나 이차적으로 자신의 정책과 상대 후보를 향한 비판 등을 통해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정권교체'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높은 비호감도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본인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줬던 '강한 인상'을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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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국민들에게 사죄의 큰절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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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노력이 유권자에게 호소력이 있을지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이미 후보의 개인적인 약점이 공론화된 상황에서 감성 정치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장 평론가는 "정치는 설득이 아니라 감동이다. 사람들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감성 소구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감성 정치의 경우, 도덕적으로나 인품에서 후보가 빈틈이 없을 때 하는 게 효과적이다"라며 "감성 정치의 3박자가 있다. '짧게, 영향력 있게, 진솔하게'다. 이 후보의 경우, 세 박자가 모두 부족하다. '개인적인 약점'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도 "'방법'이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성남시장 시절부터 많은 이슈(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를 일으키지 않았나. 여기에 모녀를 살해한 조카의 변호 사건까지 더해 국민들은 이미 후보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의 이미지는 장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인데, 앞으로 3개월 동안 소기의 목적을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쉽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다른 평론가들과 달리 이 후보의 현 행보를 '감성 정치'로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진영 대결이 극대화한 현재의 대선 정국에서 캐스팅보터인 중도층·무당층을 겨냥해 '유연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 후보가 국민들에게 인식돼 있던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본소득 철회, 종부세 완화,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 등 본인과 여당이 해왔던 행동과 발언에 사과하는 등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고 평론가는 이어 "아직까지 어떤 후보를 찍을지 결정하지 않은 중도층 중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 표심을 옮겨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전망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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