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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뉴스분석] 올림픽 보이콧 110개국 확산 가능성…최악 땐 新냉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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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외교적 불참' 공식화

9일 민주주의정상회의서 反中 세몰이

초청장 받은 110개국까지 확산될 듯

아주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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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이징(北京)동계올림픽 보이콧 공식화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정부의 줄타기 외교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백악관은 표면적으로는 외교적 보이콧은 개별국가의 결정에 달린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오는 9~10일 개최될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대중 견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즉각 맞대응을 시사하면서 베이징올림픽 계기 '남·북·미·중 종전선언' 추진을 계획해온 문재인 정부의 평화구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내년 열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고려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자국 선수단의 참가는 허용하기로 했다.

◆美 "보이콧 합류 희망"···中 "반격 조치"

미국은 보이콧 여부는 각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밝혔지만, 오는 9~10일 개최되는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앞두고 보이콧이 공식 발표되면서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불참 선언 가능성도 커졌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다른 동맹들도 외교 보이콧에 합류하기를 희망한다"고 참여를 독려했고 영국, 캐나다, 호주도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이징 올림픽 참석을 공식화한 외국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하다.

특히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보이콧 참여 지지를 호소할 경우 초청장을 받은 110개국도 외교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임기 말 종전선언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도 회의에 참석한다. 보이콧에 불참할 경우 인권과 민주주의를 고리로 동맹국과 우방국을 규합하려는 미국의 대중 포위전선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어 외교적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보이콧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반격하는 조치를 결연하게 취할 것"이라며 "스포츠 정치화를 그만두고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을 중지해야 한다. 중·미 관계 중요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韓 양자택일 기로···전문가 "내년 1월까지 늦춰라"

한국은 또다시 양자택일에 놓였다. 6·25 전쟁 종전선언을 임기 말 과제로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는 최근 중국의 종전선언 관여 의사가 명확해진 만큼 베이징올림픽을 평화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었다. 중국 또한 한·미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협의해 베이징올림픽을 평화의 상징으로 홍보하고 각국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구상으로 한국 정부와 접촉을 늘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중 사이 '약한 고리'로 꼽히는 한국 정부를 우방국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중국 정부는 수급부족 문제를 겪은 요소 등 중국산 품목의 원활한 대(對)한국 수출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카드까지 제시하며 양국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초로 예상되는 화상 방식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어려운 외교적 시험대에 놓인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까지 미국으로부터 '보이콧 협의'를 요청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이번 주로 다가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은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오커스'(미국·영국·호주),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미국 중심 협의체 참여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내년 1월 이후까지 최대한 결정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등의 의사결정을 보고 이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주요국들이 보이콧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 정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한한령 등 중국의 반격도 예상되지만 주요국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 중국이 전 세계 서방국의 결정을 전부 반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보이콧 문제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미·중 간 균형외교가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문제여서 국익 차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이야 당연히 국익을 위해서 보이콧을 하겠지만, 한국만 두고 봤을 때 중국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치, 이념 등의 문제는 중국이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인데, 미국이 가치의 영역을 두고 이데올로기 편 가르기로 가다 보면 신냉전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해원 기자 mom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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