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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삼성전자, 내년 실적 둔화에도 매력적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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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삼성전자(005930)에 필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반도체 하락 사이클에도 구조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주가 동력은 파운드리 사업과 인수합병(M&A) 등이 될 전망입니다.”

7일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사옥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지난 21년간 반도체 산업을 분석해 온 ‘찐’ 전문가로 꼽힌다. 젊은 시절에는 당시 증권업계 쟁쟁한 인물들을 키워낸 애널리스트 사관학교 대우경제연구소, 유망 해외 헤지 펀드 등을 거치며 경험과 시각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그가 오랜 기간 지켜봐 온 반도체는 생각보다도 무수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라니냐(저수온 현상)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도 그 예다. 국내 주식시장 활황 속 국민주로 떠오른 삼성전자 주가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IT 수요, 또 미래 실적을 담보할 사업체질 개선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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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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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반등은 내년 하반기…주가 6~9개월 선행”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5조원이다. 3개월 전 62조원, 1개월 전 55조3000억원 대비 지속 하향 조정됐다. 전년(2021년) 추정치인 52조8000억원보다는 더 증가한 규모다. 반도체는 시클리컬(경기민감) 산업으로 올 4분기부터 시작된 하락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지만, 예상보다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반등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께가 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세를 이어오다 반등하는 배경은 이러한 반등 사이클을 선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반도체 주가가 사이클을 6~9개월가량 앞서간다고 봤다. 연초부터 주가가 조정받았던 배경으로는 2017~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이후 2019년 주가가 큰 폭 하락했던 경험이 과도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D램 현물가격 반등으로 메모리 업황 반등 기대감도 나왔다. 이는 최근 3.1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저점(2.9달러)에 근접하면서 소폭 반등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고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엔 다소 이르다”며 “세트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 우려 요인도 아직 해결된 국면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하락 사이클에서도 이익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는 밸류에이션 상승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 가장 필요한 건 ‘변화’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만큼의 밸류에이션을 되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동력으로는 ‘변화’를 꼽았다. 안정적인 파운드리 고객 확보와 보유한 현금의 유의미한 투자를 통한 사업체질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건 파운드리 사업인데,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는 글로벌 세트 업체로서 경쟁사를 두고 있기도 한 만큼 파운드리 고객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최근 파격 인사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으로도 봤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각 사업부문 3인 최고경영자(CEO)를 전면 교체하고,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를 세트 부문으로 통합했다.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44% 상승 마감해 7만7000원대에 안착했다. 그는 “결과는 모르지만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안정보다는 변화로 조직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변화를 통해 시가총액을 훌쩍 키운 글로벌 기업 사례로 일본 소니를 꼽았다. 두 회사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으로 오랜 기간 시가총액이 비슷했지만 최근 4년 새 격차가 5배가량 벌어졌다.

이 센터장은 “소니는 기존 강점이던 TV·PC 사업을 과감하게 축소·매각하는 대신 엔터테인먼트, 게임, 음악, 금융 등 핀테크 등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면서 큰 변화를 이뤄냈고 시장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며 “반면 파나소닉은 TV를 철수하고 2차전지를 키웠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를 이겨내지 못했고, 과감한 변화를 이룬 소니와 격차를 키우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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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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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株, ‘기후변화’도 변수

최근 일시적으로 반도체 주가를 끌어내렸던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따른 영향은 ‘명암’이 있다고 봤다. 변이가 심화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다시 비대면 수요가 확대되면서 반도체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2020년과 2021년은 반도체 업황이 생각보다 좋았는데 이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IT 소비가 커진 게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400억달러 수준인데, 여행 산업의 규모는 이의 4배 정도다. 사라진 여행 수요를 IT 흡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반도체 주가 요인에 있어 기후변화를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반도체 업황에 있어 라니냐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단초가 되는 현상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라니냐로 올 겨울 유럽이 굉장히 추워질 전망인데, 문제는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도 낮다는 것”이라며 “유럽 시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높아지면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IT 수요를 줄어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메타버스’ 주목…2차전지는 신중한 접근 필요”

내년 코스피 상하단 예상밴드는 2800~3400포인트로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주요한 화두로 나오면서 금리 상승 속 기업 이익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주목하는 테마로는 메타버스와 반도체를, 신중하게 접근할 업종으로는 2차전지를 꼽았다.

이 센터장은 “올해는 메모리반도체가 과도하게 조정 받아 내년에 개선이 전망되고 메타버스의 핵심이 될 콘텐츠, 게임 관련주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2차전지 업황은 내년에도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큰 폭 오른 만큼 수익률 측면에서는 신중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올해 취임 이후 주력해 온 테크, 신재생에너지, 메타버스 등 섹터에서 ‘양’보다 ‘질’로 승부할 목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주니어 애널리스트 육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파생, 퀀트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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