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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홍남기 “주택시장 안정됐다” 자화자찬 논란[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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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발언 도마

“부동산정책 기본틀 견지할 것”

집값 상승폭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

“시장 안정화 평가는 시기 상조”

“거래 어렵게 해놓고, 자화자찬” 비판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주택시장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졌다”는 정부 정책 담당자의 인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각종 부동산 세금과 대출규제로 억지로 거래를 못하게 막아 놓고, 자화자찬한다는 비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열린 제3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졌다”며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고, 지방은 가격하락 지역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이를 “사전청약, 2.4대책 예정지구 지정 등 주택공급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의 효과로 평가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인식에 따라 “부동산정책의 기본틀을 견지할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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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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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최근 상담을 한 무주택자나 다주택자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정부가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해 놓았다’는 것”이라며 “거래를 어렵게 해 놓고 안정화 단계라고 하는 건 너무 섣부른 진단”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주택시장 안정화의 근거로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11월 첫째주 0.15%에서 네번째주 0.11%, 다섯번째주 0.1% 등으로 상승세가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간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8월 네 번째주(23일기준) 0.22%를 기록해 정점을 찍은 후 조금씩 축소돼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5월 첫째주부터 지난주까지 239주 동안 서울 아파트 주간 평균 변동률이 0.07%란 걸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0.1%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최근 주간 변동률은 여전히 평균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2017년 8월~9월, 2018년 11월~2019년 5월, 2020년 3~5월 기간엔 주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던 기간도 있었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등의 효과였다. 종부세 등 세금 부담을 높이고,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발표한 직후엔 늘 거래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고 잠시 하락하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값이 다시 크게 뛰는 패턴이 반복됐다.

주간 아파트값 상승폭이 조금 줄어든다고 하락 진입 직전이라고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홍 부총리는 또 다른 시장 안정화 근거로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건수)이 11월 62.2%까지 하락해 연중 최저라는 점과 평균 응찰자수가 2.8명으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7.9%로 여전히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낙찰가율이 100% 이상인 건 경매 참여자들이 향후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감정가보다 비싼 값에 응찰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값 기대치를 나타내는 낙찰가율 지표는 생략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만 나열한 것이다.

최근 경매시장엔 아파트 물건이 귀하다. 채권자들이 굳이 헐값에 경매로 넘기지 않고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도 적은데 ‘변경(경매 일정을 미루는 것)’이나 ‘취하(채권자가 경매 신청을 철회하는 것)’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진행 건수는 더 줄어든다. 실제 지난달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경매는 98건 예정돼 있었으나 변경 36건, 취하 16건, 기타 1건 등으로 단 45건만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시장에서 변경이나 취소가 많은 건 채권자가 경매 외 다른 방식으로 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고 기대할 때다. 역시 매매시장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넘어온 아파트 경매 건이니 만큼 유치권 등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낙찰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건 이 때문이다. 낙찰률 하락을 무조건 집값 하락 신호로 여겨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분석이란 이야기다.

홍 부총리가 그밖에 집값 안정화 근거로 제시한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 하락 추이나 ‘전세 매물 증가’ 추세도 마찬가지다. 문 정부 들어 규제가 발표된 직후엔 어김없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고, 이후 집값은 급등했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분양시장에선 청약자들이 아파트건 오피스텔이건 수만명씩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누가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할 수 있겠냐”면서 “매수세는 잠시 눈치보기를 할 뿐 여전하고, 내년 이후 주택공급은 많이 줄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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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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