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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러 정상, 121분간 '네 탓' 회담…경고 주고받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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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크라 긴장 고조시 강력제재"…푸틴 "나토 동진 멈추라"

미, 가스관 중단 경고·국제금융 퇴출 등 거론…"모두 만족 못한 회담"

연합뉴스

조 바이든(좌)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류지복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7일(현지시간) 121분간 화상회담을 열었으나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현안에 이견만 확인했다.

양국 정상이 마주 앉은 것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인근의 러시아 군사력 증강에 우려를 표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시 강력한 경제·비경제적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 떠넘겼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회담의 가장 핵심적 의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군사적으로 침공하면 미국과 유럽 동맹이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위해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유사시 강경한 경제 제재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가동 중단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할 당시 서방이 하지 못한 일들을 할 준비가 됐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공격받아 발트해 동맹이 미국의 추가적인 '군사력'이나 '배치'를 요구한다면 미국은 대응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적이고 솔직한 태도를 보였으며,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고 비난은 없었지만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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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화상 정상회담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으로 정상회담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2021.12.8


미국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군사적 위기가 고조할 것을 우려해 '방어적이고 치명적이지 않은' 조치에 초점을 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정상과 통화하고 결과를 공유한 뒤 철저한 공조를 다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나토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탓"이라고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 인접 국가로 타격용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뢰할 수 있고 법률적으로 명시된 보장을 받는데 큰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요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타스통신에 "정상 회담의 결과를 논평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양국간 문제가 너무 많이 누적된 터라 이를 풀려면 수개월 또는 1년도 더 걸릴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정상회담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두 정상은 실무팀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후속 조처를 계속 논의하도록 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그동안 미국 외교 공관의 활동에 가한 모든 제한을 선제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리아와 미국의 경제 제재, 미 기업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공격 의혹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양국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두 정상이 대면 정상회담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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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회담
(소치 로이터/스푸트니크=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고 있다. 2021.12.8


백악관은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에서 초강경 제재를 준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이 의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독일과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폐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의회 고위 보좌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이날 의회 증언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이동할 경우 가스관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미국이 시장에서 투자자의 국채매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미국만 이 조치에 나서더라도 러시아 정부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정부와 은행이 자국 루블화를 달러 등 다른 통화로 교환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러시아 국부펀드(RDIF)를 겨냥할 수도 있다. CNN은 제재가 전세계 은행이 사용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달러 결제 시스템에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조치는 이란이나 북한처럼 사실상 러시아를 글로벌 금융체계에서 따돌리는 극단적 고립 작전이다.

우샤코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 제재를 언급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회담 후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변함없는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회담 후 미 하원 군사위가 공개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3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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