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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fn사설] 손실보상 100조, 퍼주기 비난을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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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법부터 손질한 뒤
보편증세 정공법으로 가야


파이낸셜뉴스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여당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생색내기 손실보상 개나 줘라'는 구호가 선명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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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자영업자 추가 손실보상을 놓고 논란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월 말 "코로나 국면에서 최하 30만~50만원 정도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당 50만원이면 총 25조원이 든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초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고 100일 안에 50조원을 투입해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인 국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우에 따라 100조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실보상 규모는 25조→50조→100조원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

두 후보와 김 위원장의 선의를 이해한다. 자영업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코로나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은 8일 '코로나 피해 실질보상을 촉구하는 정부·여당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정부의 손실보상액이 함량미달, 부실투성이라고 비난했다. 한달치 보상액이 약 3만3000원으로, 알바생 4시간 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장에는 '생색내기 손실보상 개나 줘라'는 구호가 나부꼈다.

그나마 정부가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곧 위드코로나 정책을 펴면서 자영업자들이 약간 시름을 덜었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어서자 위드코로나를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위드코로나를 강행하면 방역 실패, 보류하면 자영업자의 원성을 각오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최소 수십조 규모의 추가 손실보상은 자영업자의 불만을 다독이는 묘책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25조, 50조, 100조를 마구 내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표를 겨냥한 일회성 지원은 분명 포퓰리즘이다. 우리는 대안으로 여야가 법에 근거한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한다. 앞서 국회는 소상공인법을 개정해 코로나 손실보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56만개사에 모두 1조6527억원(12월 1일 기준)을 지급했다. 새해 예산엔 손실보상액으로 2조2000억원이 잡혔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눈높이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손실보상의 대상이 영업시간 제한으로 국한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인원 제한에 걸린 업종은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려면 소상공인법부터 다시 손질해야 한다. 보상액은 현실에 맞게 올리고, 대상도 넓혀야 한다. 새로 바뀐 법에 따라 정부가 추가로 손실을 보상하면 퍼주기 논란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 수 있다.

문제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다. 607조원 규모의 새해 슈퍼예산안은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 추가경정예산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공법은 소득세·부가가치세에 손을 대는 보편적 증세다. 어느 한쪽만 증세를 말하면 선거에서 불리하니까 입을 다문다. 하지만 여야가 증세에 공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대표,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의 지혜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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