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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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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에 넷플릭스는 함박웃음… 지상파 3사 성적표는 극명히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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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방송가 결산

오징어 게임·지옥 등 세계적으로 흥행

K콘텐츠 ‘OTT서비스’ 타고 흥행 대박

반중 감정에 ‘조선구마사’ 중단 초유 사태

‘빈센조’도 중국풍 PPL 맞물려 도마 올라

지상파 콘텐츠 상대적 ‘부진의 늪’ 평가

중간광고 도입·시청료 인상 비난 불러와

남성 사회자·패널 중심의 방송계도 변화

‘스우파’ ‘노는 언니’ 여성 키워드 큰 관심

세계일보

K콘텐츠의 세계화로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지상파의 성적은 극명하게 엇갈린 한 해였다. 역사 왜곡과 과도한 PPL 논란도 있었지만 여성 서사가 드라마와 예능을 장악하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SBS·KBS·티빙·M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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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세계적 흥행으로 K콘텐츠가 크게 부각된 한 해였지만 그 안에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달리 지상파는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시청자 항의로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이뤄진 중간광고 도입과 시청료 인상 움직임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불러왔다. 그동안 남성 사회자와 남성 패널 중심의 방송계에 ‘여성’ 키워드가 우뚝 솟은 한 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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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감정’에 드라마 중단 초유 사태

SBS ‘조선구마사’는 특히 방송가에 한획을 그었다. 좋지 않은 의미에서.

당초에는 ‘킹덤’처럼 사극을 입은 좀비물을 기대했으나 우리나라 역사에 중국식 한복, 월병 등 ‘중국풍’ 소품이 버젓이 등장한 데다가 태종이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까지 나오면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중국 동북공정으로 점철된 드라마”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시청자들은 투자사 리스트까지 만들어 ‘행동’에 나섰다. 결국 2회 만에 방송은 종영했고, 작가와 PD, 출연진까지 줄줄이 사과하며 마무리됐다.

‘조선구마사’의 극단적 마무리는 ‘빈센조’ 등에서 일었던 중국풍 PPL과 무관치 않다. ‘빈센조’는 중국 브랜드의 간접광고를 받아 중국기업 즈하이궈 비빔밥을 드라마에 등장시켰다. 중국이 우리나라 김치가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며 소위 ‘김치공정’ 논란을 일으킨 후 한·중 갈등이 고조한 상황이었다. 국내에서는 판매도 되지 않는 중국산 인스턴트 비빔밥을 한류스타 송중기가 먹는 장면은 빈센조가 수출되는 해외 각국 시청자들에게 비빔밥이 중국 음식인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거센 비판을 받고 tvN은 논란이 된 장면을 삭제했고, 송중기 역시 “주연배우로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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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 첫 방송 된 JTBC ‘설강화’도 역사왜곡 논란이 번졌다. 이미 ‘조선구마사’ 당시부터 다음 타깃으로 언급됐던 드라마였지만 제작진은 “역사왜곡이 아니다”라며 방송을 강행했다. 그러나 방송 1회 만에 바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명암 엇갈린 지상파

K콘텐츠의 성공으로 넷플릭스가 함박웃음을 짓는 동안 지상파 방송3사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SBS는 ‘펜트하우스’ 시즌제와 ‘원더우먼’, ‘모범택시’ 등으로 지상파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골때리는 그녀들’ 조작 논란과 ‘막장 위에 막장’이라는 ‘펜트하우스’ 등 논란도 가장 많이 남겼다.

KBS는 국내외 흥행에 모두 성공한 ‘연모’와 정통 사극 부활의 신호탄을 쏜 ‘태종 이방원’이 호평받아 겨우 체면치레만 했다. 공영방송의 ‘명분’과 시청률이라는 상징성만 간신히 끌고 간 셈이다.

MBC의 경우는 더욱 처참했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올 초 ‘오! 주인님’이 시청률 0%까지 찍을 땐 ‘멸망’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흥행작이라고는 ‘옷소매 붉은 끝동’이 거의 유일한 수준이다. 2019년 최승호 전 MBC 사장이 ‘시대변화’를 이유로 예능을 전면에 배치하며 드라마를 푸대접한 결과물인 셈이다. 막상 MBC가 공들인 예능 역시 장수 프로그램의 부진 등으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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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예능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 PD들은 줄줄이 ‘친정’을 떠났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을 연출해 MBC 예능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김태호 PD도 입사 20년 만에 고향을 떠난다.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는 김태호 PD는 비와 노홍철이 출연하는 ‘먹보와 털보’로 넷플릭스에 진출했다. 이외에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연출한 KBS 강봉규 CP는 ‘돌싱글즈’, ‘비긴 어게인’ 등을 제작한 이엘그룹으로 이적했고, MBC를 거쳐 JTBC에서 ‘비정상회담’, ‘아는형님’ 등을 연출했던 김노은 PD도 지난 9월 카카오TV에 새 둥지를 틀었다. MBC에서 카카오TV로 거처를 옮긴 박진경 CP는 ‘개미는 뚠뚠’으로 누적 조회 수 약 8000만뷰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공영방송의 인력 유출과 그로 인한 콘텐츠 질저하가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이 와중에 KBS 이사회가 시청료 인상안을 통과시키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중간광고를 전면 도입하자 여론은 싸늘했다. “1만원이 넘는 넷플릭스 구독료보다 2500원인 시청료가 더 아깝다”는 비판글이 네티즌의 폭발적인 공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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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콘텐츠 면에서는 ‘스트릿우먼파이터(스우파)’, ‘골 때리는 그녀들’, ‘노는 언니2’, ‘술꾼도시 여자들’ 등 여성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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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명언을 남긴 ‘스우파’는 유명가수 뒤에서 장치처럼 존재했던 댄서들을 전면에 끌고 나왔을 뿐 아니라 바람직한 ‘언니 리더십’의 표본이 됐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수장은 수장끼리 붙어야죠”라며 필요할 땐 모든 책임을 지는 ‘센언니’들이 “아직 좋은 리더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부딪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해내잖아”라며 진정성 있게 팀원들을 다독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정치권에서 만나지 못했던 여성 리더십을 스트릿댄서에게서 발견한 셈이다. 춤이라는 시각적인 자극, 여성들의 극한의 신경전, 오랜 갈등 뒤 화해 등 드라마 같은 전개는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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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멘토’ 역시 성공적인 키워드였다. EBS ‘맛터사이클다이어리’의 주인공 신계숙 배화여대 교수는 쉰이 넘은 나이에도 육중한 고급 오토바이를 모는 모습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생겼고, 오은영은 모성에 떠맡겨졌던 육아를 남녀 불문, 나이 불문 알아야 하는 전문지식으로 무장해 안 나오는 채널이 없을 정도로 TV를 장악했다.

‘워맨스’를 강조하는 프로그램도 줄을 이었다. 그동안 남자들 사이의 깊은 우정을 지칭하는 ‘브로맨스’의 캐릭터가 미디어에서 널리 다뤄진 것에 비해 ‘워맨스’가 강조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방영된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워맨스가 필요해’,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2’,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등 여성의 연대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은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우정과 협업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며 호응을 얻었다.

정진수·김예진·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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