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반응에는 “부족함 살펴보는 시간”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제작자로 참여한 배우 정우성.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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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 아닌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죠. 배우로 출연했을 땐 캐릭터 구현이라는 목적에 대한 고민만 있었다면, 제작자는 전체적 완성도나 많은 것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하는 점에서 다르더라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제작한 정우성은 제작자로 참여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4일 오전 이뤄진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호불호가 갈리는 <고요의 바다> 반응에 대한 소회부터 공유·배두나 배우에 대한 느낌, 흥행에 대한 부담, 배우 이정재와의 우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전했다.
지난달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고요의 바다>는 물 부족으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에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탐사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형 에스에프(SF) 스릴러 장르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작품으로, 2014년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8부작 시리즈로 늘렸다.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 티브이쇼 부문 최고 3위까지 올랐고, 현재 5위(3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제작자로 참여한 배우 정우성.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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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2016년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제작한 바 있는 그는 “제작은 역시 어렵다”며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사랑이라는 관념에 대해 이야기한 거라 어렵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출연도 했기 때문에 제작자로서 제3자의 시선을 많이 놓친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고요의 바다>는 온전히 제작자로만 참여했기에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좋았다”고 했다.
참고한 작품이나 눈여겨본 제작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작업할 때 레퍼런스를 두고 누군가를 동경하고 누군가처럼 되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어떤 제작자로 보여질지 입증하는 과정이다. 제작에 발을 들인 이상 앞으로 입증해나가야 할 작업”이라고 했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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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바다>는 호불호가 갈린다. 우주와 달 표면을 수준급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하고, 대규모 세트장에 우주 기지를 정교하게 구현하고, ‘물’이라는 소재를 나름 독창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호평을 받는 반면, 단편을 8부작 시리즈로 늘리다 보니 전개가 늘어지고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예상했던 문제점들이 돌출되는 것에 있어서 ‘이건 당연한 반응이야’ 하면서도, 안 좋게 보는 분들은 왜 안 좋게 보는지 제작자로서 전달에 있어서의 부족함을 살펴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관람평 가운데 “‘재밌게 봤다’는 말과 함께 ‘도전을 응원한다’는 말이 가장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글로벌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이 흥행의 기준이 된 것에 대해선 “가혹하다. 우리는 그 기준을 빨리 떼야 한다”며 웃음 뒤에 숨은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전세계적인 현상을 만든 작품이죠. 가질 수 없는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제작자나 감독, 배우가 의도해서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닌 거죠.”
<고요의 바다> 대본 리딩 현장에서 주연 배우들과 자리한 제작자 정우성.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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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이자 선배로서 “출연 배우들에게 부담될까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려웠다”는 그는 “공유와 배두나 두 사람을 알게 돼 작품 외적인 큰 소득이 생겼다”며 이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출연 배우 김선영은 정우성이 연극 <모럴 패밀리>를 관람한 뒤 거액의 대관료를 선뜻 후원해줬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김선영씨가 제 앞에서 (그 사실을) 얘기해 부끄러웠다”며 “연극계가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 연극배우 출신 분들 사이에서 <모럴 패밀리> 같은 좋은 연극에 대한 후원이 많이 이뤄지길 바랐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그는 <고요의 바다> 엔딩 크레디트 ‘스페셜 땡스 투’에 첫번째로 이름을 올린 ‘절친’ 이정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의사 결정에 있어 늘 같이 상의하지만, 서로의 활동 영역은 전적으로 지켜보고 응원해주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또 인정합니다.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작자로서 커리어를 쌓은 정우성은 올해 자신의 첫 장편 상업 영화 연출작 <보호자>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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