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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동훈 "방지해야 할 것은 반헌법적 전체주의"… 법무부 '휴대전화 비번 강제해제' 연구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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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동훈 검사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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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가 최근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해제'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는 본지 보도와 관련 "방지해야 할 것은 한동훈이 아니라 이런 '반헌법적 전체주의'"라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은 14일 <추미애의 '한동훈 방지법'… 법무부, '휴대전화 강제해제' 연구 마무리(아시아경제에서 보도) 관련 말씀드림>이라는 제목으로 낸 입장문에서 "헌법상 방어권은 수백년간 많은 사람들이 피흘려 지킨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저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 등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헌법상 방어권을 행사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친형 강제입원을 지시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2018년 경찰이 확보한 아이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어 한 검사장은 "진짜 '방지'해야 할 것은 한동훈이 아니라 이런 '반헌법적 전체주의'"라고 강조했다.

전날 아시아경제는 법무부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법'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비공개로 추진, 불과 100일만에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초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암호해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사법방해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에 착수, 지난달 초 결과 보고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0년 추미애 전 장관이 지시한 법제화 관련 연구용역이 장관이 교체된 이후에 실제로 진행됐다는 점과 연구에 참여한 교수 중에 일정한 요건 하에서 비밀번호 해제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의 도입에 찬성해온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점 때문에 법무부가 실제 입법 추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11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 문제를 거론하며 외국 입법례를 참고해 법원의 명령 등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여러 변호사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혜영 당시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기존 형사법에서 보장하는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추정의 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며 "우리 헌법 제12조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법률가인 나부터 부끄럽다"며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나"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헌법에 배치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해제법' 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장관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강제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하는 법률을 제정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통해 "헌법은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며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추 장관의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법무부는 반인권적이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3월 MBC가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보도한 뒤 추 전 장관은 같은 해 6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있던 한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진천의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시켰다.

하지만 검찰은 2020년 8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고, 지난해 7월 법원은 이 전 기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한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했던 정진웅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한 검사장을 찾아가 휴대전화 유심칩을 확보하려다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범계 장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미루고 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사건은 실제적 진실 발견과 적법절차 준수 의무 등 여러 가지 형사소송법이 지향하는 가치가 어우러진 사건"이라며 "어떤 장비를 사용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휴대전화) 포렌식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한 언론은 박 장관의 답변과 달리 검찰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이스라엘로 보내지도 않았고, 검찰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포렌식 작업도 이미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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