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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쉽] 코로나 검사, 이제는 입으로 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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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의 한 선별 진료소. 검사소 앞이 소란스럽다. 6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온몸으로 울고 있었다. 기자가 20미터 뒤에서 검사소 코앞에 갈 때까지 아이는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보건소 직원과 아이의 부모가 나누는 이야기를 언뜻 들어보니 PCR 검사 면봉이 콧구멍에 닿자마자 울기 시작해 면봉만 보고도 소리를 지르는 상황인듯했다. 10분쯤 지났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아이는 "나 집에 갈래. 제발 집에 가고 싶어" 몸부림치며 엄마 품을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보건소 직원이 말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 입으로 검사하겠습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PCR 검사를 10번 이상 받았다. 선별 진료소에 갈 때마다 이런 장면을 거의 매번 목격한다. PCR 검사가 뭔지도 모르고 엄마 따라왔다가 찔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얼굴로 다가오는 면봉만 봐도 겁에 질려 뒷걸음질하는 아이. (씁쓸하지만 오히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중학생 중에는 익숙하게 받는 아이들도 꽤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확진자가 늘면서 선별 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도 낮아졌다. 포털과 SNS에는 '덜 아프게 찌르는 검사소' 'PCR 입으로 하는 곳' '아이들 PCR 검사 안 아프게 받는 법' 같은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시중에 떠도는 PCR 검사 덜 아프게 받는 법을 여러 차례 시도해 보고 효과가 있었던 것들은 기사 끝에 추가해 뒀다. 부득이하게 받아야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해 오는 21일쯤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다시 7천 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는데, 이에 따라 코로나 검사 건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자가격리 기간을 현재 10일에서 7일로 줄이고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코로나 검사 방법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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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찌르기' 말고 다른 검사 방법은?



지난 2년 간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아는 생활 용어가 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은 한글로는 '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다. 과거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알기 위해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배양한 다음 진단 항체를 이용해 확인했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리다 보니 결과가 나오면 이미 감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경우가 많았다. PCR은 소량의 특정 DNA를 엄청난 양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긴 검사 기간이 단 하루로 줄어 즉각적인 방역과 검역 조치가 가능해졌다. 보통 콧속에 검사용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해 분석을 하면 보통 24시간 이내, 늦어도 48시간 안에 나온다. PCR 검사는 가장 정확도가 높아서 국내 진단검사에 주로 쓰인다.

다음은 침으로 하는 '타액 PCR' 검사다. 환자가 입안에 고여 있는 침을 직접 받아 채취하고 PCR 검사를 통해 결과를 얻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30분 안에 알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가 있다. 면봉으로 코를 찌르는 방식은 비인두 검사와 같지만, PCR 방식이 아니라 검사 키트로 감염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한다. 정확도가 코로 하는 PCR 검사보다는 떨어져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다시 기존 PCR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자가검사 키트로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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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입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



코로나 감염 여부는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코로 하는 PCR 검사 뿐이다. 침으로 하는 타액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는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검사 방식이 아니다. 백신 패스 적용도 받을 수 없다.

코로 하는 PCR 검사는 검사자가 멸균 면봉을 코 안쪽 비인두까지 깊숙하게 넣어 검체를 채취한다. 코 안쪽 점막은 부드럽고 민감해서 보통은 통증을 느낀다. PCR 검사를 받고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래서 그보다 통증이 덜한 입안 검체 채취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최근 코로나 검사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늘면서 입으로 검사하는 곳을 찾는 부모들이 늘었다. PCR 검사, 입으로 해도 될까? 답은 '된다'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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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6일 개정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지자체용) 제10-3판>을 살펴보자. 검체 체취 종류로 비인두도말물(코)과 구인도도말물(입)이 모두 가능하다고 표기돼 있다. 그런데 올해 1월 3일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입으로 하는 검사' 항목이 사라졌다. 역시 '영아 등 코로 검사하기 어려운 경우 입으로 한다'는 내용도 삭제됐다. 대신 예외적인 상황일 때만 입으로 검사한다고 수정했다. 예외적인 경우는 '외과적인 이유로 코로 면봉 삽입이 어려운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워 코로 검사하기가 어려운 경우', '의료진 판단에 따라 코로 검사가 불가한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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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왜 이렇게 면봉을 깊숙이 넣을까?

비인두 공간은 축축해서 바이러스가 상주하기 좋은 공간이다. 비인두 검사는 말 그대로 비인두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를 확인한다. 면봉을 깊숙하게 넣지 않고 콧구멍에서 채취하면 어떨까? 콧구멍에는 코털이 외부로부터 세균을 막아주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상주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즉,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콧구멍 저 깊숙한 곳까지 찔러야 한다.

"대응 단계 전환해도 가급적 PCR 검사 유지"



정부는 코로나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신속항원검사 확대와 정확성이 담보된 자가진단 키트 개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내놨다. 이번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PCR 하루 검사량을 현재 75만 건에서 85만 건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검사 수요에 대비해 신속항원검사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7천 명이 넘어가는 오미크론 '대응 단계'가 되더라도 가급적 기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은 고수했다. 정부가 코로 하는 PCR 검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정확성'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검사 방식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정확성 높은 기존 PCR 검사가 공식적인 감염 여부 확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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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에 따르면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비인두도말 PCR검사는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확률) 98% 이상, 특이도(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할 확률)가 100% 수준이다. 타액 PCR 검사는 특이도는 100%지만, 민감도가 92%로 비인두도말 PCR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인두도말 방식의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90%, 특이도가 96% 수준이다. 다만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비인두도말이 아닌 비강 혹은 타액 방식 등 검사 방식에 따라 민감도는 더 내려갈 수 있다. 자가진단키트는 제조업체마다 다른데, 업체가 공개한 민감도보다 실제로 더 낮게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대한의학지에 실린 서울대병원 연구팀 결과에서는 국내 한 업체의 진단 키트 민감도가 17.5%에 불과했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너무 정확해서 생기는 일…죽은 세포까지 '양성' 판정



코로 하는 검사가 바이러스를 잘 포착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코 안 쪽 세포에 가장 많이 간다. 바이러스는 코를 통해 입, 목, 허파로 내려가는데 내려갈수록 양이 적어진다. 그래서 코 안쪽 세포를 면봉으로 찍어 검사해야 가장 정확하다. 입으로 하는 검사는 입 안쪽 세포를 찍어내거나 침이나 가래를 이용한다. 침에도 바이러스는 검출되지만, 코에서 검출되는 것 만큼은 아니다.

검사의 '정확성'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정확해서 생기는 일이 있다.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지난 8일 8뉴스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코로 들어왔다가 죽는 경우가 있는데, 코로 하는 PCR은 이것도 '양성' 판정을 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코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배양해 봤더니 죽어 있는 게 많았고, 침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게 많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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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고 있는 '타액 검사'…의료 과부하 줄일 수 있어



타액 검사법은 검사자가 검체 용기에 침을 뱉으면 그 침으로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앤드류 브룩스 미국 럿거스대 유전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타액 검사법은 검체 채취에 의료진이 필요 없어 의료 과부하를 줄여줄 수 있다. 코로 하는 PCR 검사는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타액검사법은 침만 뱉어 제출하면 돼 누구나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별도의 시설과 방역 조치가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PCR 검사는 검사 과정에서 검사를 받는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유발해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에어로졸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환자와 검사자가 검체 채취 과정에서 접촉해 검사자가 감염될 위험도 있다. 때문에 별도의 공간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채취 과정에서 쓴 방호복과 장갑, 마스크 등 의료 도구를 모두 폐기한다. 타액 검사법은 직접 접촉이 없어 이런 과정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유럽이 타액 검사법을 승인한 배경에는 유럽 내 최근 코로나 재유행으로 검사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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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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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이나 경증환자에게는 '타액 검사' 유리



최근에는 정확도가 떨어질 줄 알았던 침으로 하는 검사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대학교 연구팀은 무증상이나 경증 확진자에게는 타액 검사가 더 낫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래 두 개의 논문은 SBS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가 1월 8일 8뉴스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지난 2020년 4월 나가사키항에 정박중이던 대형 유람선 '코스타 아틀란티카'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들은 배 안에서 격리돼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격리 치료를 받는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의 비인두 검체와 타액 검체 검사 결과를 각각 비교 분석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뒤 검체를 채취한 시기는 비인두가 25.5일, 타액이 28.9일이었다. (연구진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검체를 완전히 같은 시각 채취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확진자 123명의 검체 분석 결과 코로 한 PCR 검사의 양성률은 19.5% (24명), 침으로 한 검사는 38.2%(47명)이었다. 침으로 한 검사가 양성률과 바이러스 양을 더 민감하게 잡아냈다.

연구진은 무증상 감염자나 치료 후반기 단계의 경증 확진자의 바이러스 검출량을 살피는데는 침으로 검사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가 활발히 증식해서 전염 위험이 큰 사람이 있다. 이럴 경우 침 검사가 더 정확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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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다. 대구의료원 연구진은 가래와 침으로 하는 검사의 유용성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대구의료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별진료소 내원자를 대상으로 가래로 하는 검사와 기존 PCR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2020년 2월 12일부터 3월 31일까지 3,390명의 내원자를 조사했는데, 양성을 양성으로 판정하는 민감도를 비교해 보니 기존 PCR 검사가 94.4%, 가래가 91.6%로 낮긴 했지만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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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활용한 검사를 공식 인정하는 나라들도 속속 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어린이들의 경우 침으로 검사하는 방식을 허용하고 있고, 성인에 대해서도 미국·영국·일본은 침 검사를 선택 사항으로 두고 있다. 현재 캐나다도 침 검사에 대한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꿀팁] PCR 검사 덜 아프게 받는 방법



코 안의 점막은 부드럽고 민감해서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긴 면봉으로 콧속 깊숙이 넣으니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PCR 덜 아프게 받는 법' 관련된 글과 영상이 꽤 많이 있다. (비인두(코) 기준) 심지어 '어느 검사소에 가면 덜 아프게 찌른다'는 글도 있는데, 여러 번 여러 선별 진료소에서 받다 보니 덜 아프게 찌르는 검사자가 있긴 하다. 다만 매번 검사자가 다르므로 운의 영역이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기자가 경험해 본 것 중 효과가 있었던 조언은 '움직이지 않고, 숨을 멈추고,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것'이다. PCR을 처음 받았을 때 고통을 잊을 수가 없다. 잔뜩 긴장해서 뒷걸음질 치며 받았었는데, 콧구멍에서 불이 나는 줄 알았다. 코 점막에서 찔끔 피도 났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숨을 멈추고 (혹은 내쉬며)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니 훨씬 덜 아팠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조언에 따르면, 공간이 넓은 콧구멍 쪽으로 찌르면 덜 아프다. 검사용 면봉은 코 안 바닥을 따라서 들어가는데, 콧구멍을 양쪽으로 나누는 비중격과 코 안에 있는 하비갑개라는 커다란 점막 사이로 들어간다. 앞서 움직이지 말고 얼굴을 찡그리지 말고 숨을 가능하면 참는 것이 덜 아프다고 하는 이유는 움직이면 이 좁은 공간이 더 좁아져서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콧구멍 방향은 아래쪽이라 콧구멍 방향대로 들어가면 원하는 비인두로 들어가 않고 엉뚱한 곳을 찔러 부정확한 검체를 채취하거나,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고개를 15도 정도 들어야 한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D콘텐츠 제작위원), 장선이 기자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
장선이 기자(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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