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원청→하청→재하청…광주 아파트 붕괴도 불법 재하도급 정황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 재하도급

아시아경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엿새째에 접어든 16일 오후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하고 있다. <이하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 부실시공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불법 재하도급'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에서도 이뤄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최상층인 39층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중 발생했다.

◆콘크리트 타설 계약한 A사 대신 장비 임대업체 B사가 타설 정황=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의 콘크리트 타설 업무는 전문건설업체인 A사가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맺었다.

붕괴 당시 8명의 작업자가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A사가 아닌 장비 임대사업자인 B사의 직원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사는 레미콘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펌프카)를 갖춘 회사로 A사에 장비를 빌려주는 임대 계약을 맺은 곳이다. 원칙적으로는 B사가 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옮겨주면 타설은 골조 계약을 맺은 A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해야 한다.

그러나 콘크리트 운반과 함께 콘크리트 타설까지 일괄로 B사에 맡겨지면서 B사의 직원들이 이른바 '대리 시공'을 했다. 법률 관계상 불법 재하도급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재하도급의 구조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해당 업체를 이미 압수 수색한 경찰은 관계자 진술과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불법 재하도급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보통 건축물 붕괴 사고는 불법적인 설계·구조 변경, 불법 하도급·재하도급, 공사현장 관리 소홀, 안전 수칙 미준수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어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중에서도 불법 하도급 관행을 부실시공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때문에 재하도급 행태는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서도 불법 하도급 사실이 드러났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일반 건축물 철거 작업을 위해 조합 측과 50억원에 계약을 맺은 뒤 서울 소재 한솔기업에 하청을 줬다. 이후 한솔과 다원이앤씨가 공사비를 7대 3으로 나누는 이면계약을 맺은 뒤 광주지역 백솔건설에 다시 불법 재하청을 준 것으로 수사기관은 파악했다.

이 때문에 해당 재개발 현장의 철거 공사비는 최초 50억원에서 11억원으로, 다시 9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엿새째에 접어든 16일 오후 119구급대원들이 구조활동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재하도급…정부 관리감독은 미흡= 국토교통부가 학동 참사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20일까지 공공공사 현장 136곳에 대한 특별실태점검을 벌인 결과 46곳(34%)에서 불법 하도급 사례가 적발됐다.

46개 업체 중 43곳은 도급 금액의 80% 이상 직접 시공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나머지 3개 업체는 도급금액의 20% 범위에서 하도급을 줬으나 발주자의 사전 서면 승인을 받지 않았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건설안전기본법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보통 원청으로부터 일감을 받은 하청업체는 재하도급 전담자를 두고 재하청업체 공사비 단가를 후려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하청업체는 빠듯한 공사비로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안전을 등한시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관련 제도 정비는 형식에 그칠 뿐 실질적인 현장 여건 개선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작년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업장 1243곳의 명단을 보면 건설업이 58.9%를 차지했다.

특히 사망 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17곳 가운데 70.6%(12곳)가 건설업장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원청사인 종합 건설사는 빠져나가고 처벌은 하청 책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해서도 업체 선정·계약 비위로 현재까지 총 25명이 입건됐지만,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입건자는 단 1명에 그쳤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