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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1가구 줄여 200억 더 벌었다…2600대 1 송파 리모델링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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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파구 오금동 아남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짓는 송파더플래티넘 조감도. 오른쪽 아래 사진이 리모델링 이전 아남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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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리모델링 일반분양



2599대 1. 지난 11일 국내 첫 리모델링 일반분양 청약경쟁률이다. 전매 제한이 없는 데다 입주 때까지 분양가의 30%만 내면 되는 금융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대박’을 친 결과다. 쌍용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 아남 리모델링 아파트인 송파더플래티넘 29가구 일반분양에 7만5000여명이 몰렸다. 분양가가 가구당 평균 14억5000만원이었다.

기존보다 가구 수를 늘려 남는 물량을 일반분양한 덕에 조합원 분담금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9가구 일반분양 수입이 420억원이다. 조합원(299명)당 분담금이 평균 1억4000만원이 감소하면서 주택형에 따라 1억5000만~2억8000만원을 내면 된다.

일반분양 성공으로 조합원은 ‘로또’를 쥐었다. 기존 47㎡(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은 2019년 초 시세가 5억원이었다. 47㎡ 조합원은 분담금 2억2000만원을 내고 새로 짓는 66㎡를 배정받았다.



5억에 2억여원 들여 15억 새 아파트



이번에 일반분양한 65㎡ 분양가가 최고 14억7000만원이다. 2019년 초 5억원을 주고 샀다면 분담금을 합쳐 7억2000만원을 들여 15억원 정도의 새집에 들어가는 셈이다. 집값 상승률로 치면 3년 새 100%다.

같은 기간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36%(국민은행)다. 송파구에서 대표적인 엘스 59㎡가 13억원에서 20억원으로 50%가량, 재건축을 추진 중인 주공5단지 76㎡가 17억원에서 27억원으로 60% 정도 뛰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일반분양분이 없었으면 리모델링 재미를 제대로 못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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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쌍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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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남은 재건축할 수 없어 리모델링을 택했다. 1992년 준공돼 30년이 지난 올해가 돼서야 겨우 재건축 연한을 채운다. 하지만 과거 안전진단에서 재건축해야 할 만큼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이 가능하더라도 사업성이 없다. 기존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이 283%여서 법적 상한인 300%로 재건축하면 기존 집 크기를 제대로 넓히지 못하고 일반분양 물량도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남은 재건축할 수 있어도 하지 못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리모델링하면 용적률 제한을 받지 않고 기존 전용면적 기준으로 85㎡ 미만 40%, 이상은 30%까지 늘릴 수 있다. 아남 주택형이 모두 85㎡ 미만이어서 40%까지 넓혔고 리모델링 용적률이 432%까지 가능했다.

리모델링 증축 범위 내에서 가구 수를 15%까지 늘리고 조합원 몫 이외 남는 물량을 일반분양할 수 있다. 조합원 주택을 조금 덜 넓히고 나머지를 일반분양하는 셈이다.

아남이 넓힐 수 있는 40% 가운데 조합원이 29.1%만 가져가고 나머지 10.9%를 일반분양했다.



30가구 이상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일반분양 가구 수가 문제였다. 관련 법령에 따라 30가구 이상이면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선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를 매겨 분양해야 한다. 송파구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이다.

아남이 15%에 해당하는 45가구까지 가구 수를 늘려 일반분양할 수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9가구로 줄였다.

29가구여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분양가를 시세 수준인 3.3㎡당 5200만원에 책정했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면 3.3㎡당 300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할 것으로 본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리모델링 용적률이 높아 가구당 대지지분이 줄기 때문에 땅값 인하로 분양가상한제 가격이 내려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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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더플래티넘 일반분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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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아남이 같은 일반분양분 연면적으로 30가구 이상을 짓는다면 분양수입이 2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30가구에서 한 가구 줄여 200억원을 더 버는 셈이다.

아남은 사실상 층수를 높이지 않고 옆으로 늘리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했다. 15층 건물인데 1층을 필로티(빈 공간)로 만들면서 한층씩 올려 2~16층이 집이다. 일반분양분으로 2개 라인을 붙였는데 한 개 라인이 14가구여서 다른 라인 15가구보다 한 개 층 낮다. 14가구가 들어간 라인만 15층이고 다른 라인은 16층이다. 29가구에 맞춰 지으면서 생긴 '이 빠진' 모양이다.



대단지는 '29가구 일반분양' 어려워



분양가상한제 가격과 시세 격차가 큰 인기 지역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에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한 ‘29가구 일반분양’이 잇따를 전망이다. 아남과 비슷한 규모의 송파구 송파동 성지도 298가구에서 29가구를 늘린 327가구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지 규모가 크면 일반분양 여유가 많아 가구 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가구 수를 줄이는 대신 조합원과 일반분양분 주택이 너무 커져 기형적인 집을 지을 수 있다.

백준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가격도 물량이 많으면 분양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세와 분양가상한제 가격, 일반분양분 등을 모두 따져 건립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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