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VIEW POINT] 제2의 반도체 될 배터리…이제 시작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새해부터 배터리가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4일 수요예측 결과 2023대1이라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기관들 주문 규모도 사상 최초로 1경(京)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이어진 매일경제의 'LG엔솔·혼다, 美에 배터리 합작사 세운다'라는 단독 보도는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유력 통신사인 로이터도 매경 기사를 인용해 이를 곧바로 전 세계에 보도했다.

전기차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자동차 업체와 합작법인 설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혼다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에 관심이 더욱 높은 것은 파트너로 일본 기업이 처음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알다시피 리튬이온 전지의 안전성을 높여 상용화한 곳은 바로 일본이다. 2019년 노벨화학상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자에게 돌아갔는데, 이 중 한 명이 일본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 소속 연구원인 요시노 아키라였다.

'국뽕'의 관점을 즐기는 이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의 협력 소식은 기술에 있어 늘 앞서간 일본이 전기차 전환을 위해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묘한 자부심을 느꼈을 법하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한국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패스트 폴로(추격자)'였다는 점이고 다행히 뚝심 있는 추격자들 덕분에 지금의 배터리 강국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배터리 업계 고위 인사는 "이 업(業)의 본질은 우리 제품이 고객 제품 성능과 공정에 최적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보니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던졌다. 담담한 말투였지만 기업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축적한 기술·인적·신뢰자본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한마디였다.

배터리 산업에서 추격자로 성공한 한국은 이렇듯 기술·인적·신뢰자본에서도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경쟁력까지 구축했다. 제2의 반도체에 비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요동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종주국이지만 한국에 실기한 일본이 절치부심하고 새 기회를 노리고 있다. 추격자로 배터리 강국에 올라선 한국이 산업의 지평을 넓히고 미래 배터리 기술에 있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긴장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

[산업부 = 이윤재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