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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허주열의 '靑.春일기'] 文정부 '자화자찬 성과', 왜 공감 얻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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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사진)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정부의 지난 5년 성과에 대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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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체감되지 않는 성과, 선택적 사실 홍보로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4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지난 5년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야기하는 성과 자평만 들으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뛰어난 성과를 냈고, 잘못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평을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도 상당합니다. 왜 그럴까요.

문 대통령은 2022년 신년사에서 지난 5년 △권력의 벽이 낮아지고 국민 참여는 더욱 활발 △투명성과 개방성이 확대된 사회 △언론 자유와 인권 신장 △세계가 인정하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대열 합류 △한반도 상황 안정적 관리 △세계가 주목한 K-방역 △경제의 양과 질 모두 비약적 성장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국가적 성취를 거뒀다고 자평했습니다.

이후 올해 첫 국무회의,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 등 각종 회의와 현장 일정에서도 확고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이뤄낸 문재인 정부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성과 홍보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경제 분야 36대 성과와 과제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면서 "국민,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한 마음으로 합심해 이루어낸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 성과를 바로 알고, 우리 경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홍 부총리가 14일까지 연재한 글을 보면 △모범적 코로나19 대응으로 한국경제 위상 제고 △높아진 국제 위상과 대외신인도 △재정의 적극적인 버팀목 역할을 지속하면서 주요국 대비 양호한 재정건전성 유지 △고용·소득 분배 대폭 개선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경제 성과 홍보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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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하는 문재인 정부 5년 경제 분야 36대 성과. /홍 부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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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소식을 다룬 기사의 댓글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공감하지 못 한다는 반응이 상당합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습니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2%,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3%입니다.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 평가한 이들은 '부동산 정책'(29%), '코로나19 대처 미흡'(15%),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8%), '북한 관계'(7%), '전반적으로 부족하다'(6%)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처럼 국민 절반 이상이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첫째, 성과가 체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 대다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정부의 강력한 방역 조치로 2년 이상 집과 회사, 집과 일터 등 제한된 외출을 하고 있습니다. 떨어져 사는 부모님조차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2년이 넘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동떨어진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데, 경제가 역대급으로 좋아졌다는 정부의 자랑은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고용의 8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 중 지난 5년 경제적 삶이 좋아진 이들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입니다. 집값은 두 배 이상 올랐고, 전·월세도 올라 '주거 부담'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또 코로나 방역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600만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은 지난 2년 수입이 줄었고, 빚더미에 앉은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시국에 다른 나라를 다닐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일부 기업인 등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말하는 성과를 체감하는 국민은 대체 누구일까요? 어떤 사람들이 이러한 성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판단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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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542명으로 집계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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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잘못된 것은 말하지 않고 일부의 사실만 강조하는 선택적 홍보를 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문 대통령, 정부의 발언과 다른 상황이 전개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문 대통령이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라고 말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백신 도입, 접종률, 집단면역 등과 관련해서도 당초 얘기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이 되풀이됐습니다.

홍 부총리가 수장을 맡은 기재부는 지난해 7월, 11월, 올 1월 등 세 차례 세수 전망치를 수정했습니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초과세수 규모는 '60조 원'에 달하고, 세수 오차율은 1990년(19.6%)보다 높은 20%를 웃도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재정의 책임기관인 기재부 예측이 이렇게 틀리면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운영과 관련한 예측이 실패한 것은 결과의 득실을 떠나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 번은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두 번, 세 번 되풀이가 됐다는 것은 애초에 예측 자체를 잘못했거나 무능한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엔 초과세수로 나타났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기재부를 운영하면 다음에는 반대 경우가 나타나 심각한 재정 적자로 인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기재부의 실수에 대해 문 대통령은 13일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것은 아쉽지만, 기업 실적·수출입·고용 등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의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년 사이에 세 차례 세수 추계를 수정하고, 역대 최대 세수 오차율을 기록한 게 '아쉽다'는 말로 넘어갈 사안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이외에도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공을 들이고도 제자리인 남북 관계, 세계 최저 수준인 저출산 문제 심화, 잇단 군 기강 해이 및 성폭력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 악화된 문제도 많습니다. 탈원전과 같이 오락가락 하는 정책들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빼놓고 체감하기 힘든 성과, 선택적 사실 홍보만 앞세우면 정부가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는 괴리감만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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