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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건희 입' 다시 대선 한복판에…여야, 여론 살피며 대응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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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불쌍""캠프 오면 1억" 발언 파장…尹, 오늘 사과 입장 밝힐 듯

'충격적 발언'은 없어…與, 野 사과 및 여론 반응 보며 공세 수위 판단할 듯

뉴스1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내용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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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입'이 다시 대선정국 한복판에 자리잡았다. 대선을 51일 앞두고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 있는 김씨의 7시간 통화 내용 일부가 공개되면서 여야가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며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김건희 녹취록'은 대선판을 흔들 충격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김씨가 기자에게 거액을 제시하면서 캠프 합류를 종용하고,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비하하는 등 그릇된 인식이 전파를 타면서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17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MBC 보도를 '악의적인 선거개입'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하는 한편, 논란의 소지가 있는 김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즉각 사과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부인의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전날(16일)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방송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극히 사적인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MBC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다고 주장하면서 불법으로 녹취된 파일을 방영했다"며 MBC가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MBC에 제출했던 '서면 반론'을 공개하며 김씨의 발언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적극 방어했다.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정치적 목적으로 김씨에게 접근했으며, '사적 대화'인 것처럼 속여 의도한 대답을 끌어냈다는 취지다.

특히 김씨가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주장, 이명수 기자에게 1억원의 보수를 제시하며 캠프 자리를 알선해 주겠다고 한 발언 등은 사적 대화 과정에서 나온 맞장구이거나 과장된 것일 뿐 실제 김씨는 윤 후보의 의사결정이나 캠프 일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사적 대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김씨의 발언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칫 여론이 악화할 경우, 겨우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윤 후보의 지지율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특히 김씨가 '미투'와 관련해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나는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솔직히.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었다고 사과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 녹음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사적 대화이지만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도 MBC에 보낸 해명에서 "미투 발언에 대해선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이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부인 김씨의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선대본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낮은 자세로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하실 것"이라며 "기회가 닿는 대로 입장을 밝힐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은 일단 MBC 방송으로 드러난 김씨의 발언이 대선에 미칠 파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부 논란이 될 발언은 있었지만, '핵폭탄 발언'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논란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씨가 앞서 '허위 경력 의혹' 등으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고, 대국민 사과를 했던 만큼 이번에 공개된 발언이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냉정하게 보면 김건희씨에 대한 국민적 판단은 이미 낮아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여권이 기대하는 국면 전환으로는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MBC 보도에서 드러난 김씨의 발언에 대해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인 만큼, 최대한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다. 선대본 관계자는 "당은 완전히 살얼음판 분위기"라며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께 송구하다는 메시지로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MBC 방송에도 불구하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방송 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김씨 발언 수위에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민주당 선대위의 정철 카피라이터는 SNS에 "이쯤이면 한 점, 한 획 편집 없이 7시간(통화 내용을) 다 까지 않을 수 없겠다"고 적었다. 그는 '스트레이트는 그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다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선거법에 이런 조항이"라며 공직선거법 제97조를 소개, 김씨가 기자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하며 구체적인 액수를 거론한 것이 선거법 위반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선거법 97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에게 금품·향응 기타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은 이밖에도 미투 운동에 대한 김씨의 부적절한 언급 등을 놓고 국민의힘과 윤 후보의 대응과 그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주시해 가면서 김씨와 윤 후보를 겨냥한 공세의 수위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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