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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0m 차이로 전투기 소음이 다르다?…황당한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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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동별, 단지별 보상 여부 엇갈려

소음등고선 벗어난 건물 배제된 구조

비도시 지형·지물 구획 민항기와 대비

군지련·국회, 군소음보상법 개정 추진

국방부, 문제 인지하나 즉각 개선 난색

"포괄적 보상 위한 정책적 판단 필요"

노컷뉴스

경기 수원아이파크시티 6단지 전경. 올해부터 별도 소송 없이 군공항 소음에 따른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지만, 국방부의 소음등고선을 기준으로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동별 보상 여부가 엇갈려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박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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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아이파크시티 6단지 전경. 올해부터 별도 소송 없이 군공항 소음에 따른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지만, 국방부의 소음등고선을 기준으로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동별 보상 여부가 엇갈려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박창주 기자경기 수원아이파크시티 6단지에 사는 A(73‧여)씨. 밤낮없이 폭탄 터지는 듯한 전투기 비행 소음에 시달린 지도 7년이다. 고층에 살아서인지 전투기가 낮게 날 때면 방바닥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다.

올해부터 소송을 하지 않아도 소음 보상을 해준다는 소식에 그나마 위로가 됐지만, 보상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게도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변에 황당한 기분마저 들었다.

A씨는 "10m도 떨어지지 않은 옆 동은 보상대상에 포함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서로 소음을 느끼는 게 얼마나 다르다고 이렇게 차별하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 단지는 동간 거리가 8~9m정도로 군공항 소음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소음등고선 안에 포함된 610동을 뺀 나머지 동은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근처 5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음등고선 경계에 걸쳐 있는 506~510동만 보상을 받고 인접한 501~505동은 비슷한 소음피해를 입으면서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5단지 입주민 B(41)씨는 "선 하나로 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소음등고선 경계 따라 엇갈린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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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안에 설치된 군소음 피해보상금 신청 접수 사무실. 박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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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안에 설치된 군소음 피해보상금 신청 접수 사무실. 박창주 기자국방부가 전투기 소음에 따른 보상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맞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소음에 시달리면서도 보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17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소송 절차 없이 군공항, 군사격장 등 군사시설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동안에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 군소음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군소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다수의 시민들이 소송에 따른 불편·부담 없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소음등고선을 적용해 보상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군용비행장 소음지역 조회시스템'을 개설했다. 보상 기준인 85웨클(항공소음 단위) 이상의 소음 피해 지역을 1·2·3종으로 나눠 1인당 연간 최대 72만 원까지 현금으로 지급한다.

문제는 보상기준이 되는 소음등고선을 작성하는 과정이 피해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등고선은 군시설 인근 10(군사격장)~15(군공항)개 지점에서 주기적으로 소음을 측정한 뒤 강도에 따라 일정한 선을 긋는 방식이다.

때문에 보상 경계선을 벗어난 건물은 지원대상에서 배제돼, 비슷한 피해를 입는 같은 아파트 단지나 동네에서도 동과 가구별로 보상 여부가 엇갈리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원 군공항 인근 한 주민은 "비행장 쪽으로 나란히 위치한 주택단지라 피해는 똑같이 입고 있다"며 "그런데 보상금은 활주로에 더 가까운 집만 받아 불공평하다"고 하소연했다.

민항기의 포괄적 보상…국가는 최소 범위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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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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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반면 민항기의 경우 도심 외에는 마을 단위 등의 보상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민간에 포괄적인 보상을 강제하면서 정작 국가는 보상 규모를 줄이려 '이율배반'적 정책을 편다는 지적이다.

민항기는 지난해 공항소음방지법이 개정되면서 비도시 지역에서는 '촌락의 생활 형태에 따른 경계와 하천, 도로 등 지형지물'을 경계로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돼 있다.

획일적인 소음등고선만으로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닌, 실제 피해를 입는 마을·단지 등에 대해 포괄적인 보상을 규정하겠다는 취지다.

현금 지급 대신 전기세 같은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보상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민항기의 보상 범위가 군용기보다 더 넓다는 얘기다.

국가가 민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보상 범위를 강제하는 반면, 전투기 등 군소음 피해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최소 기준을 적용한 셈이다.

이에 '군용비행장 피해 공동대응을 위한 지방의회 전국연합회(군지련)' 등은 군소음 피해 지역의 소음등고선 기준 확대를 촉구해왔다.

소음등고선의 경계를 건축물이 아닌 지형·지물로 구분해 보상의 형평성을 맞춤으로써 이웃 간 갈등을 최소화해야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군소음보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된 상태다.

같은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건물에 따라 보상 대상 구역의 분류가 달라져 분쟁이 발생하는 만큼, 민항기처럼 보상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방부 역시 보상 기준을 점차 민항기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보상금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할 수 없어 당장 시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도 형평성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올해는 일단 기존 안대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추후 예산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따져본 뒤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책적 판단으로 포괄적 보상, 사각지대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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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아이파크시티 5~6단지 모습. 동간 거리는 10m내외로 인접해 있어 인근 수원 군공항에서 전투기가 이착륙 할 때마다 소음 피해를 입고 있으나, 동별 보상대상 여부는 엇갈리고 있다. 박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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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아이파크시티 5~6단지 모습. 동간 거리는 10m내외로 인접해 있어 인근 수원 군공항에서 전투기가 이착륙 할 때마다 소음 피해를 입고 있으나, 동별 보상대상 여부는 엇갈리고 있다. 박창주 기자전문가들은 객관성에 한계가 있는 소음등고선에만 의존해 소음피해의 정도를 판단하면, 피해를 입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존 소송 방식으로 보상금을 지급했을 때 재판 과정에서 보상 구역을 지정하면서 전체 아파트 단지나 마을 단위를 기준으로 삼았던 점을 고려해야 된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서울대 항공공학과 이수갑 교수는 "일부 지점을 소음 측정해 일정한 선을 그은 것이기 때문에 소음등고선 자체가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절대적인 경계로 삼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기존 군소음 보상 판결을 감안해 같은 단지, 동네인데도 보상에서 배제되는 가구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포괄 보상해주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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