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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금융시장 돋보기]금리인상이 불러올 기업자금 혹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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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국내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인플레이션 부담과 자산가격 상승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완화적이었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이 테이퍼링 추진 일정을 제시하고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여 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막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저금리 하에서 유동성 공급의 확대는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불러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방식에 있어 미국과 우리나라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은 소위 테이퍼링을 통해 급격하게 증가한 유동성을 흡수하고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기준금리부터 올리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우 연준의 국채 매입을 포함하여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진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과 같은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 상승과 같은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고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금융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자산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기업금융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차입비용이 상승하는 것이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어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에 따라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장금리의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기관의 대출 전략을 변화시켜 기업의 조달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금리가 상승 기조를 보이는 경우 가능하면 대출을 늦추는 것이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대출을 억제할 유인이 생긴다. 또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여신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은 기업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이와 같은 금융기관의 대출 행태 변화로 인하여 기업의 자금조달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상황에서 기존 대출의 연장과 신규 대출의 확대로 기업의 차입금이 전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금리가 상승하면 수익성이 낮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경기가 둔화되고 자금시장이 경색을 겪게 되면 한계기업의 부실화가 증가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이슈가 제기되었다. 국내의 경우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확대로 기업 구조조정이 미루어지면서 좀비기업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2020회계연도 외감기업의 재무자료 분석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이하인 기업의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고 기업 대출시장이 위축되면 한계기업의 급격한 부실화가 발생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증대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향후 추가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명확히 했다.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는 경우 기업금융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금 혹한기에 대비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체질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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