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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눈 적은 서울' 12년 전에는 도심서 스키…2010년 1월4일 25.8㎝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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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서울폭설사…교통마비에 장관이 국무회의 지각, 체육관 지붕 무너져

'기후변화 탓' 눈일수·신적설 감소…작년 교통대란 때도 적설량 3.8㎝ 불과

뉴스1

지난해 1월 서울 양천구 목동 인근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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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하늘이 뚫린 듯 함박눈이 쏟아지는 모습은 어느새 낮선 풍경이 됐다.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고 집이 무너졌다는 뉴스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예전에는 폭설로 도심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단위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서울 지역 최심 신적설 순위에서 2010년 1월4일이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적설량은 25.8㎝로 기상청이 적설 관측을 시작한 1937년 이후 73년만에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001년 2월15일(23.4㎝), 1981년 12월19일(18.3㎝), 1981년 1월1일(17.8㎝), 2001년 1월7일(15.6㎝), 1980년 12월3일(15.0㎝) 1998년 2월9일(14.5㎝) 등이 뒤를 이었다.

폭설에 대한 기상학적인 정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대설주의보 기준인 5㎝ 이상 눈이 내렸을 때 폭설이라고 한다.

먼저 가장 기록적인 폭설은 2010년 1월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해 첫 월요일인 그날 출근 시간대 눈이 집중되면서 대혼란을 빚었다.

장관이 국무회의에 지각하고 청와대는 신년인사회를 취소했다. 수원지법은 재판을 모두 연기했으며 김포공항은 항공편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도심에는 폭설로 퇴근을 포기한 직장인들이 찜질방과 숙박업소에 몰렸고 강남에선 스키·스노보드를 타는 시민이 등장했다.

다음날인 1월7일에는 사기혐의를 받는 수배자가 얼어붙은 빙판길을 걷다 미끄러져 경찰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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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린 2021년 2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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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는 폭설이 유난히 잦았다. 그해 1월7일 서울에 15.6㎝의 눈이 쌓였다. 폭설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많은 시민이 고속도로 위 차량 속에서 히터를 켠 채 밤을 지새웠다.

보라매공원 체육관 지붕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으며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채소동 천막이 붕괴해 경매시스템이 고장났다.

같은 해 2월15일에는 더 많은 눈(23.4㎝)이 쏟아졌다. 평일 오전부터 눈이 내리면서 최악의 출근 전쟁이 벌어졌다.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걸어가거나 서울 시내 고교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받자마자 귀가하는 진풍경을 빚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376억8700만원(2021년 11월 기준 약 60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1981년에는 새해 벽두부터 서울에 17.8㎝의 눈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전국 74개 국도 및 지방도로의 교통이 두절됐고 귀성길에 올랐던 시민들의 발길을 묶었다. 김포공항이 폐쇄되고 고속버스 125개 회선이 운행 중지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환불 소동이 일어났다.

건물 32채가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주저앉거나 부서졌고 176명의 이재민이 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눈이 내리는 날이 드물어졌다. 도심 일대 최악의 교통대란이 벌어진 지난해 1월6일 폭설 사태 때도 적설량은 3.8㎝에 불과해 대설주의보 기준(5㎝)에 미치지 못했다.

올겨울 들어 가장 눈이 많이 내린 지난달 18일도 4.4㎝ 쌓이는 데 그쳤다. 그밖에 1월10일(0.9㎝), 1월2일(0.5㎝), 12월29일(0.3㎝), 12월19일(0.2㎝), 1월11일(0.1㎝) 등 거의 눈이 쌓이지 않았다.

월요일인 17일 오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눈 소식이 있지만 서울에는 1㎝ 미만의 눈이 쌓이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48년 동안 연평균 눈 일수는 20.1일로 변동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1970년대 21.2일과 비교해 2010년대는 19.3일로 1.9일 줄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신적설도 33.5㎝로, 1970년대 41.8㎝ 대비 2010년대는 26.8㎝로 15.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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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서울 강남구 청담사거리 인근 도로가 텅 비어 있다. 2021.1.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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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난히 눈이 적게 내리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철 기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눈 일수와 신적설 감소는 겨울철이 계절길이가 짧아지는 것과 개연성을 갖고 있다"며 "눈이 오려면 영하권으로 기온이 내려가야 하는데 기온이 상승하면 확률적으로 눈 일수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도 "1970년대부터 2020년까지 신적설량이나 눈현상일수를 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눈 감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철 기온 상승에 동반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은 1~2월에도 예년과 비슷하거나 더 적게 내릴 전망이다. 3개월 전망에 따르면 1월은 평년(17.4~26.8㎜)과 비슷할 확률이 50%, 2월은 평년(27.5~44.9㎜)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40%로 예상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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