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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없이 끝난 러-서방 대화로 우크라 전쟁 가능성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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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에 병참 부대·공격용 헬기 배치…"대화 실패·막다른 길"

헬싱키 선언 이후 반세기 이어진 유럽 데탕트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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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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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지난주 일주일간 숨 가쁘게 이어진 미·유럽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대화가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더 분명해졌다고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앞서 서방과 러시아는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미·러 차관급 양자회의를 시작으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러시아 평의회,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러시아 대화를 연달아 열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병력을 증강하면서 전쟁 가능성이 커지자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대화였다. 대화를 앞두고 러시아는 지난달 외무부 성명을 통해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서방에 제안했고, 이 안보제안이 대화의 주요 의제가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대화는 '실패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러시아 한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주요 제안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불가 입장은 견고했다"면서 "상황이 막다른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안보 제안엔 나토의 동진 및 동유럽 내 군사활동 확장을 금지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물론, 스웨덴과 핀란드 등 국가가 영원히 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발트 3국내 나토 상시 주둔 병력 철수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빠진 채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대화가 전개되는 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스크 협정 당사국인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러시아와의 4자 회담을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했고, 이번 대화 실패로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병참 부대와 공격용 헬기 부대를 전개한 것을 서방 정보 당국은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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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국 국무 부장관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이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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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대화의 성과가 아예 없는 것만은 아니다. 유럽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제한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탈퇴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다시 힘을 받는 계기가 됐다.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이 맺은 INF 조약은 냉전기와 같은 군비경쟁을 막는 안전핀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러시아는 분명히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4일 "우리는 그들에게, 특히 미국에 경고했다. 이건 하나의 (개별) 메뉴가 아니라 한 세트라고."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불만족한 결과는 또 있다. 나토 내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집단적으로 방어한다는 의무를 명시한 나토헌장 5조가 다시 힘을 받게 됐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한때 나토헌장의 전망이 흐릿해졌지만, 바이든 정부의 동맹 관련 원칙으로 나토가 새롭게 단결하게 된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구실이 됐고, 미 당국 역시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플레이북'을 2014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다시 플레이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힘을 얻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을 무력 점령한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강행, 찬성 우세로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이후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인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에서 친러 분리주의자와 우크라 정부군 간 대치가 계속되면서 7년간 1만4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최근 국경 지역 병력을 증강하면서 여러 개입 명분을 쌓아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크라 동부 지역 분리주의자 최소 60만 명에게 여권을 발급하는가 하면,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제노사이드(대량학살)'가 벌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지난달 러시아 연방안보국(FSS)이 우크라 극단주의 그룹(MUK) 소속원 106명을 '네오나치' 혐의로 체포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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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전쟁이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WP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이용해 Δ사이버 공격과 정보전 Δ남부 점령 Δ대규모 전면전 등의 가능성을 상정했다.

남부 점령 시 이미 장악한 크림반도부터 동부 국경 돈바스 지역까지가 육로로 연결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드나이퍼강 동부 전체를 장악해 지도를 다시 그리려 하는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미 해군 분석연구소(CNA)의 마이클 코프만 러시아연구과장은 "대포와 미사일 발사대, 공군력 및 공격용 헬기가 총동원된 군사 작전도 가능하다"면서 "영토 보전보다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항복을 위해 압도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방은 유사시 러시아를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제외하고 경제에 타격을 주는 새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이는 미러 관계의 완전한 결렬을 의미하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10억8000만 달러 규모의 노드스트림2 가스관 사업도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서방이 새 제재를 가할 경우 유럽 가까이에 미사일을 재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지난 13일 현지 언론을 통해 "서방과의 회담이 결렬되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강행할 경우 1975년 동·서 유럽 33개국과 미·캐나다가 모여 데탕트를 명문화한 '헬싱키 선언' 이후 지탱된 유럽 평화와 국제 질서에도 도전이 된다고 WP는 관측했다.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량의 41%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대란도 발생할 수 있으며, 러-유럽 사이에 사이버공격과 정보전, 작년 말 벨라루스 사태와 같은 난민 역유입 등의 문제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매체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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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5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난민들이 폴란드의 벨라루스 국경 지역 쿠즈니차로 떠나기 위해 벨라루스 그로드노에 있는 임시 캠프를 떠나는 모습. 당시 난민 사태는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은 데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로 해석됐고, 그 배후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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