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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몽규 사죄·사퇴 오히려 역풍?…광주서 "책임 회피" 일제히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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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구조 총력 지원, 유가족·피해자 보상, 철거 후 재건축 등 촉구

뉴스1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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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공식 사죄했다. 사고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광주 아파트 붕괴 실종자 가족과 피해자 모임, 광주 시민사회, 정치권 등에선 일제히 "책임회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몽규 회장 "두 건의 사고 사죄…책임 통감하며 사퇴"

정몽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1976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설로 시작해 아이파크 브랜드를 통해 국민 신뢰로 성장했으나 최근 광주에서 두 건의 사고로 너무나 큰 실망을 끼쳤다"며 "아파트의 안전은 물론 회사의 신뢰마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사죄했다.

이어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고객과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없다"며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골탈태해 완전하게 새로운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광주시, 관련 정부기관 힘을 합쳐 안전 관리와 신속한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피해자 가족의 피해 보상은 물론 입주예정자와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고를 수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그룹차원에서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이 물러나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다만 지주사 HDC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책임 회피성 사퇴는 아니며 대주주의 역할은 충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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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서 안정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가 구조 관련 등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해당 공사 현장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1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5명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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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협의회 "분통 터진다"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분통 터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안정호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사과 따위에 관심없다. 고개 몇번 숙이는 건 '가식'이고 '쇼'일 뿐"이라며 "상황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지. 이 상황 만들고 나중에 책임지는 건 면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정당한 책임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Δ소방대원을 비롯한 근로자 안전대책 보장 Δ중앙정부의 전폭적 구조 지원과 TF팀 구성 Δ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도움 Δ현대산업개발의 피해자 가족 생계 지원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화정동 아이파크 예비 입주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 회장은 모든 법률상·경영상 책임을 진 후 사퇴를 하는 것이 응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한들 이를 책임지는 의사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을 것이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려는 꼼수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Δ적극적인 실종자 구조 작업 수행 Δ유가족에 대한 합당한 보상 Δ완공 위한 상세 계획 마련과 사죄, 보상안 시행 Δ1단지·2단지 전체 철거 후 재건축 Δ설계, 시공, 감리 등 모든 단계에서의 안전관리 준수계획을 수립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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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이 16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6명 중 1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5명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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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정치권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조치를"

지난해 6월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 참사 관련 시민대책위도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 퇴출과 정몽규 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학동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광주에서 천인공노할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또 일어났다"며 "이윤만 앞세워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현산을 건설업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정몽규는 경영 일선 '퇴진쇼'까지 벌이고 있다. 최대 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할 정몽규의 사퇴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며 엄정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몽규 회장의 사퇴가 능사 아니고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다. 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 책임있는 조치를 확실하게 이행하라"며 "사고 발생 일주일만에 사고 현장도 아닌 서울 본사에서 사퇴 발표는 실망을 넘어 분노와 울분만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구조에 모든 인적 물적 자원 총동원, 피해 가족과 상인,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 사고 아파트를 비롯 건설 중인 모든 아파트에 대한 엄정한 안전진단을 통해 입주 예정자는 물론 국민과 전문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 장치 강구를 주문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책임 회피성 사퇴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 회장을 강력 규탄한다"며 "실종자 수색과 사고 현장 수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실행해 엄중한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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