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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세보증금 못 받아 이사도 못간다"…보증금>매매가 '깡통전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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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다가구 다세대가 밀집한 천호동 일대 모습,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매경DB]


지난해 전세 계약이 만료에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전세보증금 규모가 연간 기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8일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액수는 5790억원(2799건)이라고 밝혔다.

2013년 9월 처음 출시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준 뒤 추후 구상권을 집주인에게 행사하는 제도다.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운용하고 있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사고액 추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16년 34억원에 불과했던 사고액은 2017년 74억원, 2019년 3442억원, 지난해 579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공적 재원으로 돌려준 보증금 액수도 덩달아 증가(2016년 26억원→2018년 583억원→2020년 4415억원)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대위변제액은 처음으로 5000억원(5034억원)을 넘어섰다.

전세 만기가 도래했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몇 년 사이 성행한 갭투자(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에 기인한 '깡통전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작년 신축된 빌라의 전세 거래(6642건)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의 27.8%(1848건)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서구의 경우 전세 거래량 858건 중 646건(75.3%)이 전세가율 90%를 웃돌았다.

깡통주택에 전세 세입자로 들어가면 계약 기간이 끝나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이 높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부쳐질 수 있고, 경매된 금액에서 대출금을 갚은 뒤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부족할 수 있어서다.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비싸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도 불허돼 전세 사기의 대상이 될 위험성이 그만큼 높을 수 밖에 없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를 반복해서 내는 '악성 임대인'들로부터 발생하는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전세보증금이 수백억대인 임대사업자도 적지 않다.

이에 당국과 정치권은 과거 3년 동안 임대인이 2회 이상 보증금을 미반환해 HUG가 대위변제한 경우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 중 미회수금액도 6631억원에 달한다. 미회수금액 중 4309억 원(작년 11월 기준)이 집중관리 다주택채무자로부터 발생돼 이들에 대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토교통위원회 속소 박영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은 2020년 17만9000여건에서 2021년 23만2000여건으로 보증 건수가 증가했고 보증금액도 2020년 37조2000억원에서 2021년 5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7조원의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면서 "미회수 금액이 2019년 1510억원에서 2020년 3711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작년에는 다시 6631억원으로 1년 사이 2920억원이나 급증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위변제와 미회수금이 지난 10월 국감에서 지적했을 때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보증사고가 너무 늘어 났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악성 임대인·채무자로 인한 보증보험 미가입자들의 피해는 더 클 것이기에 국토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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