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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제로코로나’ 고집하는 중국의 딜레마 [이종섭의 베이징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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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확진자 1명만 발생해도 지역 봉쇄
내부 ‘무관용 방역정책’ 불만에도 강행


경향신문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가 봉쇄되고 외출이 금지된 중국 시안에서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주민들이 게임기와 식료품을 맞바꾸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와 있다. 웨이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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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도시 전체를 봉쇄했던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가 지난 16일 부분적인 봉쇄 완화에 들어갔다. 지난달 22일 밤 전면적인 봉쇄 조치가 취해진 지 25일만이다. 시안 주민들은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외출이 금지된 채 3주 이상을 집에 갇혀 지냈다.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주민들은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식자재 등을 확보하며 힘든 시간을 견뎠다. 먹을 것을 구하러 외출했던 주민은 방역요원에게 폭행을 당했고, 병원 문턱에서 코로나19 핵산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임신부가 유산을 하고 심장병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봉쇄 조치가 완화됐지만 일부 지역에서 하루 2시간 생필품 구입을 위한 외출이 허용되는 것일 뿐 일상 생활을 완전히 회복한 것도 아니다. 시안시 방역당국은 확진자 ‘제로(0)’를 달성할 때까지 봉쇄 조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인구 1300만명의 대도시에 내려진 전면 봉쇄령은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확진자가 1명만 발생해도 주거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 차례 전수 핵산 검사를 반복하는 강력한 방역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유지되고 있는 ‘중국 특색 방역정책’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계속된 봉쇄식 방역정책에 대한 이견이나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대한 이견이나 반론은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지난해 “코로나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논문 표절 의혹까지 제기되자 곧바로 입장을 바꿨다. 또 최근에는 시안의 봉쇄 상황을 기록한 프리랜서 기자의 글이 인터넷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방역정책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중국이 이견을 억누르며 제로 코로나에 집착하는 데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한다. 섣부른 방역 완화가 확진자 폭증을 가져올 경우 그동안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삼아 온 방역 성과는 빛을 잃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원죄’를 다시 들추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동계올림픽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올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는 더욱이 피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계속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다. 이미 중국에도 감염력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면서 방역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의 감염 확산 차단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자연 면역을 방해해 새로운 변이에 취약하게 만들고, 더 큰 발병과 봉쇄를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봉쇄가 잦아지면 생산과 소비 활동을 모두 위축시켜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을 이유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까지 낮췄다. 모든 시선이 올 가을 당대회로 쏠려있는 중국으로서는 코로나19 방역 못지않게 경제 성장도 중요한 과제다. 점점 더 양립하기 어려워지는 두 가지 과제 속에서 중국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지구상에서 거의 마지막까지 빗장을 풀지 않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선택의 시간은 점점 가까워 올 것이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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