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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영방송 시대 끝났다...英 BBC 수신료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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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영국 정부가 100년 역사의 공영방송 BBC의 수신료 폐지를 추진한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수신료를 동결하고 오는 2028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영국 문화부 장관이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영국의 나딘 도리스 문화부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수신료 관련 발표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새로운 방법에 대해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리스 장관은 "공영방송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BBC 수신료는 오는 4월부터 2년간 기존의 159파운드(약 26만원)로 동결되고 왕실칙령이 보장한2027년 12월 31일 이후부터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그동안 영국의 모든 국민은 가구당 매년 159파운드의 수신료를 내왔고 BBC는 연간 32억파운드(약 5조2000억원)을 수신료로 거둬들였다. 매년 수만 명이 수신료를 내지 않아 재판에 넘겨지지만, 수신료와 벌금을 내지 않아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018년 기준 5건뿐이다.

BBC 수신료에 대한 이번 논의는 최근 물가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코로나19 방역기간 중 '술 파티'를 벌여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보리스 존슨 총리를 구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위기에 빠진 총리를 구해내야 한다는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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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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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인터뷰' 사건으로 불붙은 BBC수신료 개혁 요구

BBC 수신료 개혁에 대한 요구는 지난해 '사기인터뷰' 사태 이후 특히 높아졌다. 1995년 당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인터뷰를 성사시킨 BBC가 이를 위해 담당기자가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던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해 11월 BBC는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다이애나비와의 인터뷰를 방송했는데 여기서 다이애나비는 찰스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 커밀라 파커 볼스(현 부인)의 관계를 처음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담당기자 마틴 바시르가 다이애나비의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에게 위조된 은행 서류를 제시하며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정보를 흘렸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조사에서 드러나 버렸다. 스펜서 백작은 "가짜 서류와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누나에게 바시르를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BBC뉴스담당 대표였던 토니 홀이 내셔널갤러리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지만 들끓는 여론에 영국 정부는 수신료를 5년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방안을 두고 BBC와 협상하기도 했다.

또 영국 정부는 그간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BBC와 미납자 당사자 간의 민사소송을 통한 해결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 점도 BBC에게는 큰 압박이 되고 있지만 오는 2027년말 이전에 BBC가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고 운용할지를 결정하는 왕실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는데 이 계기를 통해 2028년은 수신료가 완전히 폐지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외신들은 예상하고 있다.

BBC는 2018년 기준으로 영화와 TV, 음악 컨텐츠 부문에서 213억파운드(약34조5000억원)를, 레코딩 등 서비스 부문에서는 1100억파운드(약178조20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의 리처드 브로턴 연구소장은 "BBC 수신료가 줄어들면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BBC 재정 문제를 함부로 대하다가는 영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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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본사의 BBC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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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료 폐지 찬성과 반대 여론

도리스 문화부장관의 트위터 내용 소개와 함께 영국 매체에서는 BBC수신료 폐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조명하고 있다.

이날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현재 활동이 왕성한 방송진행자들의 견해와 지난해에 그간 75세 이상에는 면제되던 수신료를 내게 된 한 연금수령자의 당시 의견을 소개했다. BBC는 75세 이상에 대해 수신료를 면제해 주던 제도를 2021년부터 폐지했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아이비 지그프리드는 "BBC 수신료 내느니 차라리 교도소에 가겠다. 교도소에 가면 하루 세 끼 식사를 하고 어쨌든 거기에서 무료 TV를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그프리느는 또 "많은 연금 수령자는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돈을 받으러 올 것이라는 생각에 위협을 느낄 것이고 BBC는 그들이 지불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영국에서 인기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토크라디오(TalkRADIO)'의 진행자 크리스토 포파스(Cristo Foufas)는 "BBC 수신료 지불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투옥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세인스버리에서 쇼핑하면서 테스코에도 돈을 지불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BBC '오늘 매치' 진행자 개리 리네커(Gary Lineker)는 "BBC는 귀한 국보와 같고 진정한 애국자라면 BBC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라디오 2의 진행자 제레미 바인(Jeremy Vine)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물건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다"며 BBC수신료는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교육비용을 지불하고, 밤거리를 걷지 않는 사람들이 가로등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바인은 "왕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왕실 운용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좀 더 자극적인 비유를 들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아이디가 리벳(rebbit)인 독자는 "국가교육,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은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인 반면 BBC는 방송프로그램일 뿐이다. Vine씨는 늘상 그렇듯이 이상한 좌파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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