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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첫머리부터 기승전결 서사 ‘파격’… “현대시 새 윤곽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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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문학상 3관왕 유정 시인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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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의 새로운 윤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현대시학 신인문학상, 평사리토지문학상, 김유정신인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유정(41·사진) 시인의 첫 마디다. 그는 사람들이 시에 대해 ‘함축적’이고 ‘상징적’이라고만 생각하는 선입견을 허물고 싶었다. 지레 겁먹고 시를 멀리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에 서사를 넣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시의 첫머리부터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현대시학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코프만 씨 아아아!’ 연작 5편(총 10편)이 대표적이다. 이 시를 심사한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도 유 시인을 “놀라운 상상력의 소유자”라며 “좁은 공간을 소설적으로 서사화할 수 있는 독특한 기량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시인은 “코프만이라는 인물을 통해 과도한 강박과 편집증, 스트레스에 힘겨워하는 현대인의 우울한 모습을 희화화한 시”라며 “서사를 통해 기존 한국 시에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로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유정신인문학상 당선작인 시 ‘마네킹’은 시인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라고 한다. 고백체로 쓰여진 것이 특징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고형렬 시인은 “삶과 모순을 반영한 것 이상을 넘어 마음에 오래 남을 시적 이미지를 그리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평사리토지문학상을 받은 시 ‘칼을 읽다’는 감각적인 언어가 눈에 띈다. 유 시인은 “군대시절 취사병을 하면서 배운 칼질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칼을 통해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 시인은 시를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문학은 어디까지나 고급 취미로 간직하고 싶었단다. 그는 한 기업 회장의 권유로 펜을 잡게 됐다. 그는 “주로 공원에서 작품을 쓴다”며 “시를 쓰는 과정은 늘 정신의 한계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 그러다 어떤 풍경 하나가 떠오르면 재빨리 길어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시를 꾸준히 쓰다 보니, 어느덧 마흔이 넘었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숫자라서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자주 써야겠다”고 덧붙였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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