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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만물상] 만병통치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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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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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 보청기, 임플란트 지원은 역대 선거에서 단골 공약이었다. 고령층 표를 공략하기에 좋은 소재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관련 공약은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틀니·보청기 지원’이었다. 지금 보면 소박한 정도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은 2014년 75세 이상에서 2015년 70세, 2016년 65세로 조금씩 대상이 늘어났고 본인 부담금도 50%에서 30%로 내렸다.

▶틀니·보청기 등 공약은 양념 성격이어서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 질환 보장 강화, 현 정부의 ‘문재인 케어’ 등은 나름 건보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한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 들어 확 달라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탈모 치료약과 모발 이식 건보 적용을 공약한 것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질환 관련 공약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7일 연속혈당측정기 건보 적용 대상을 기존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임신성 당뇨병, 성인 당뇨병 환자 등 제2형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전 국민 건강검진에 정신 건강 검진을 추가하고 정신 건강 의료비 90%를 건보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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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모인을 10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330만명이 넘는다.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정도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 정신·행동 장애 치료를 받은 사람도 340만명이다. 캠프 입장에서는 이들을 핀셋 공략할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길 만도 하다.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후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약의 신천지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치료 목적에 충실’이라는 건보 적용의 큰 원칙이 무너지려고 하자 곳곳에서 그럼 왜 우리 쪽은 건보 적용을 안 해주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성형·비만이 대표적이다. 670만 고혈압 환자, 470만 관절염 환자도 관련 공약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대선이 만병통치약 파는 마당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후보와 캠프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질병 건보화 여부는 건강보험평가위, 건강보험정책심의위 같은 기구의 검토와 승인이 필요하다. 공약한다고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또 각종 통계는 3년 후인 2025년 건보 재정 고갈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탈모같이 불요불급한 것에 대한 급여화 추진은 암 환자처럼 힘들게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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