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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北에 피살된 공무원 유족 “대통령이 고교생에게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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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경찰 대열 앞 바닥에 놓여진 대통령 편지 -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당시 47세)씨의 유족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가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인근 바닥에 놓여있다.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편지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거짓말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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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당시 47세)씨 유족이 18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반납했다. 편지를 반납하려고 청와대에 들어가려다 경찰에게 제지당한 유족들은 편지를 청와대 앞 길바닥에 내려놓고 돌아섰다.

사망한 이씨의 아내 권모(42)씨와 친형 이래진(56)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들 이모(19)군이 대통령을 향해 쓴 편지를 읽었다. 이군은 이 편지에서 사건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대통령의 편지는 “북한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었다”고 했다.

2020년 9월 이씨 사망이 확인된 후 국방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고, 북측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씨가 자진 월북할 이유가 없고, 사망 경위 역시 불확실하다”며 정부에 진상 규명과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해왔다. 유족들은 작년 11월 청와대와 해양경찰청(해경) 등을 상대로 한 정보 공개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청와대 등은 항소한 상태다.

유족들은 기자회견 후인 오전 11시 45분쯤 문 대통령의 편지와 정보 공개 청구 소송 1심 판결문을 들고 청와대 영풍문으로 향했다. 사망한 이씨의 아내 권씨는 “대통령의 편지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였을 뿐, 이후 어떤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편지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경찰 30여 명이 이들을 막아섰다. 권씨는 “국민의 정당한 행동을 막아서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님도 똑같은 아픔을 겪길 바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편지도 조금 구겨졌다. 유족들은 편지와 1심 판결문을 경찰 대열 앞 길바닥에 내려놓았다. 경찰은 이 편지를 청와대 사회통합비서관에게 전달하겠다고 유족 측과 약속했다.

한편 2020년 사건 직후, 해경이 사망한 이씨의 개인 회생 업무를 맡고 있던 정모 변호사의 금융 계좌를 조회한 사실도 이날 드러났다. 정 변호사는 “이씨가 사망하기 2~3개월 전 사건 수임료를 받은 게 있었다”며 “해경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면서 송금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경이 ‘자진 월북’ 발표를 하기 전 그 근거를 찾기 위해 이씨 주변 사람의 계좌까지 들여다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된 이씨와 변호사 간 금전 거래가 있었으면 영장을 받아 적법하게 계좌 추적이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경위는 확인 중”이라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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