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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임원 먹튀로 주가 떨굴거면 스톡옵션 왜 줬나”…카카오 직원들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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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대표 내정자 등 임원 먹튀 논란에 주가 급락해 9만원대

주가 직원 스톡옵션 행사가보다 20%↓…이직철 회사내 민심 이반


한겨레

카카오 판교오피스.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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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원들의 ‘주식 먹튀(먹고 튀기)’ 논란으로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면서 스톡옵션을 보유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노사의 ‘성과 보상 갈등’ 끝에 전 직원에 스톡옵션을 부여했지만, 당시에도 행사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이달 들어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가를 20% 정도 밑돌자 직원들은 “이번 논란과 같은 주가 리스크 사태가 앞으로도 이어지면 스톡옵션을 행사할 기회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주식 시황 등 외부 요인에 더해 내부 직원들의 실망감을 추스르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카카오는 지난해 5월4일 본사 전체 임직원 2355명에게 총 44만38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한 명당 평균 200주가량 배정받은 셈이다. 행사 가격은 전날 종가(11만4500원)와 비슷한 11만4040원이었다. 행사 가능 기간은 2023년 5월부터 2028년 5월까지 5년간으로 설정됐다. 스톡옵션을 받은 뒤 2∼3년 근속하면 스톡옵션의 50%를, 3년 이상 하면 100%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받은 스톡옵션으로 임직원들이 단기간에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은 줄고 있다. 최근 주가가 9만원대로 떨어지면서다. 카카오 주가는 스톡옵션 부여 다음 달인 지난해 6월 최고 16만9000원(종가 기준)을 찍은 뒤 대체로 우하향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등 임원 8명이 이 회사 주식을 대량 매도한 지난달 10일 직후엔 12만원 선이 붕괴됐다. 당시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였던 류 대표의 계열사 주식 던지기가 ‘카카오 그룹주 주가가 꼭지점에 달했다’는 신호를 줬던 탓이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1개월여 동안 카카오 주가는 12만25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25% 떨어졌다. 직원 스톡옵션 행사가보다도 19.3% 낮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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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되고도 주가가 행사가를 밑돌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게 이득이다. 행사 기간 종료일까지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행사 자체를 포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임원의 대량 매도로 주가를 떨굴 거였으면 스톡옵션은 왜 줬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스톡옵션 부여 당시부터 내부에서는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시점에 스톡옵션이 부여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알짜 사업부문의 잇단 분할 상장이 예정돼 본사 주가의 상승 동력이 떨어진데다,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예고로 빅테크 회사들 주가 전망도 대체로 어두웠기 때문이다.

당시 스톡옵션이 카카오 내부의 ‘성과 보상 불만’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제공됐다는 점에서도 직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크다. 지난해 초 카카오는 잇단 인사제도 논란에 휘말려 있었다. 한 직원이 ‘함께 일하기 싫은 동료를 꼽으라’는 동료 평가 방식에 압박감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데 이어, 정보기술(IT) 업계의 ‘개발자 연봉 인상 경쟁’ 속에서도 카카오는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이탈 움직임 등이 나타나자, 카카오는 지난해 4월 직원들 중 모더레이터(조정자)를 모집해 새로운 성과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회사가 내놓은 ‘당근’이 전 직원 대상 스톡옵션이었다. 카카오의 한 개발자는 <한겨레>에 “직원들은 현금화 여부가 불확실한 스톡옵션보다는 자사주 지급(스톡그랜트)이나 연봉 베이스(기본급) 인상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며 “회사가 이런 요구에 눈 감고 스톡옵션을 보상안으로 택했는데 임원들의 일탈로 주가가 급락하니 직원들이 더욱 실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재들의 이직이 빈번한 정보기술(IT) 업계 특성상 직원들의 ‘민심 이반’은 심각한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최근 ‘다음달 인센(인센티브) 받으면 탈카오(카카오 탈출)하겠다’는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오른다. 한 카카오 직원은 “옆집(네이버) 스톡그랜트 줄 때 회사가 11만4000원에 스톡옵션 주고 (후한 보상처럼) 언론플레이 하던 생각이 떠올라 열받는다”고 썼다.

회사 역시 이런 동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표이사 내정자 교체라는 강수를 둔 건 외부의 비판 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질타가 많았던 탓”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쪽은 “회사의 대내외 신뢰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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