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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 마지못해 2050년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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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메이저 중 가장 늦게 탄소중립 공식화…스코프 3 탄소중립은 빠져

아시아경제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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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이 전사적 차원에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공식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다른 메이저 정유업체에 비해 탄소중립 계획 발표가 늦은데다 세부 이행 계획도 경쟁업체들에 비해 미진한 부분이 있어 여전히 환경단체에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엑손모빌은 지난달 회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 줄이고, 가장 중요한 생산설비인 텍스사주와 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페름기 분지의 생산설비에 한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전사적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엑손모빌의 탄소중립 목표 공식 발표는 미ㆍ유럽 메이저 정유사들 중 가장 늦다. BP와 로열더치셸은 이미 2020년에 선제적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밝혔고 미국 2위 정유사인 셰브론도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계획을 공개했다.

엑손모빌이 자체 운영하는 생산 설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한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엑손모빌은 자사가 투자만 하고 직접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은 생산설비에 대해 탄소중립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며 휘발유 등 정제된 제품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중립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생산설비에 대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이 달성될 수 있도록 협력업체들과 협업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엑손모빌은 스코프3의 탄소중립을 배제한 것이다. 기업의 탄소 배출은 스코프 1∼3까지 범주로 나누어 분류된다. 스코프1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기업이 직접 배출한 탄소 배출을 뜻하며, 스코프2는 공장 등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된 간접 배출을 뜻한다. 스코프3은 공급망과 물류, 제품 사용 및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시장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의 윌 스카길 애널리스트는 BP, 로열더치셸 등은 스코프 3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며 엑손모빌의 탄소중립 계획이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스카길 애널리스트는 "엑손모빌이 생산한 제품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엑손모빌이 직접 운영하는 생산설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보다 최소 다섯 배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품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향후 5년간 약 15%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우즈 CEO는 과거 탄소중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경쟁업체사들이 잇달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 것을 '미인 대회'에 비유하며 평가절하했다. 우즈 CEO는 "정유사들이 설비를 다른 경쟁업체들 매각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인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회사의 장부에 기록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친환경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환경단체와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커지면서 엑손모빌도 점진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친환경을 표방한 행동주의 펀드에 이사회 12석 중 3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2027년까지 1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5년까지 30억달러 투자하겠다던 계획을 확대조정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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