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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광주 붕괴 크레인 기사 "영하에도 열풍기 올린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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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이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 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동절기때 대형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굳히는 장비로 쓰는 ‘열풍기’가 영하권 날씨에도 단 한 번도 반입되지 않았다는 진술이다.



크레인 기사 “열풍기 올린 적 없다”



중앙일보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건물이 붕괴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던 최고층에 설치된 고체연료.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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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타워 크레인 기사 A씨는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붕괴된 건물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날 열풍기를 상층부로 올려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오전 8시 출근해 오전 10시 30분까지 강풍으로 작업이 중단될 때까지 붕괴 건물 상층부로 자재 등을 나르는 작업을 했다. 소방당국은 이 건물이 39층 높이에서 38층으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붕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열풍기는 동절기 건설현장 온도를 올리기 위해 사용되는 장비다. 추운 날씨에도 콘크리트가 굳기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 붕괴 당일 광주지역 평균기온은 영하 1.6도였다.



“고체연료 반입했지만, 성능 떨어져”



중앙일보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붕괴된 201동 건물 33층에 구조대원이 진입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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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굳기 어려운 상황에서 타설하다 붕괴했기 때문에 사고원인을 밝히려면 시공사 측이 양생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열풍기 등 적합한 장비를 가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이곳 공사장 고층부로 공사 자재를 올리는 작업을 도맡았던 A씨는“영하권 날씨에도 열풍기가 공사장에 반입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다만 고체연료를 반입한 적은 있다”고 했다. 그는 “영하권이 되면 고체연료를 올렸는데 1개 층을 올릴 때마다 100개 정도를 올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하는 고체연료는 불을 피워 콘크리트 양생 조건을 맞추기 위한 공사 자재라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당 건물이 붕괴되기 직전 찍힌 영상에서도 고체연료가 사각형 틀에 담겨 매달려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열풍기보다 값싼 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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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체연료는 불을 피워도 1m 근방만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한파 속에 사용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는 “붕괴 당시 최상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할 때도 열풍기가 아닌 고체연료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열풍기를 사용하면 전기료 등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싼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내부가 벽으로 나뉘게 되면 고체연료는 열풍기보다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양이 배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공사현장에서 충분한 콘크리트 양생 조건을 지켰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현대산업개발 같은 대형 건설사가 열풍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과거 건설현장에서는 석탄의 일종인 ‘갈탄’을 때워 온도를 올렸다”면서 “정부의 탄소 저감 정책과 건설현장에서 갈탄 때문에 작업자들이 질식사하는 경우가 있어서 최근에는 열풍기를 주로 쓴다”고 했다.

그는 또 “열풍기를 쓰지 않는 대형 건설사 공사현장은 사실상 없는 상태”라며 “현대산업개발 같은 건설사가 열풍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김준희 기자, 양수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kim.junhee@joongang.co.kr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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