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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코로나 검사 급하다면서…1시간 걸리는 PCR 외면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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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와 전쟁 2년 ◆

매일경제

20일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아직도 코로나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서울 용산역 앞 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한주형 기자]


20일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과의 전쟁은 잇따른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 장기화로 전 국민은 극심한 검사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코를 찔러 검사를 받고 하루 넘게 기다려 결과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이번 주말부터 우세종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시간여 만에 결과가 나오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 도입이 정부의 외면에 늦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이 넘으면 바로 검사 효율화 등 대응 전략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9일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20일 만에 5805명으로 급증해 7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방역당국은 검사 효율화를 위해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도 24시간 방역패스 효과를 인정해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일반사용승인까지 받은 신속 PCR 검사는 경기도 여주시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체육대학교 등 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기관에서만 시범사업으로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방역 전문가들은 신속 PCR 검사를 도입하면 국민들의 검사 스트레스를 확 줄이고 지역 전파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데, 정부의 외면으로 국민들이 이 같은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주시 등에 도입된 신속 PCR 검사 방법은 비인두도말과 타액 검사 두 가지로, 이 중 비인두도말 방식은 식약처에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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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KIST 본관 앞 나이팅게일 센터에 채취된 검체가 입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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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 KIST 본관 앞에 위치한 '나이팅게일 센터'는 바쁘게 돌아갔다. 나이팅게일 센터는 신속 PCR 검사를 위한 원스톱 이동형 검사소다. 검체 채취부터 검사, 판정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날 나이팅게일 센터에서는 검체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검체가 나이팅게일 센터에 도착한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1시간30분. 김성영 KIST 안전·보안팀장은 "6차까지 9795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의심자를 미리 판별해 코로나19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판정 결과가 보건소 검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해 KIST 연구원들에게서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0월부터 1년 넘게 신속 PCR 검사를 자체 운영해온 여주시는 현재까지 누적 검사 건수가 18만건을 넘는다. 여주시 관계자는 "양성 반응이 나와야 하는 피검자를 음성으로 판단하는 '위음성' 사례는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이 무효화된 상황에서 교육부도 뒤늦게 신속 PCR 검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여주시장, KIST 원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학교에 신속 PCR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현숙 서울대 연구처장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키트보다는 신속 PCR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결과를 받는 신속 PCR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확도가 낮다고 비판을 받는 신속 PCR는 루프매개등온증폭(LAMP) 방법인데, 온도를 95도까지 끌어올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특정 범위 온도(65~70도)에서만 DNA를 증폭시킨다. 반면 여주시 등에서 도입한 PCR는 기존 PCR의 온도와 증폭 사이클 횟수는 동일하게 유지하되 한 사이클당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이처럼 호평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방역당국은 신속 PCR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속 PCR 검사를 받은 사람은 방역패스를 발급받기 위해 일선 병원이나 선별진료소에서 하루 넘게 기다려야 하는 기존 PCR 검사를 또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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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주시에서 사용하는 PCR 키트는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검사전문의료기관(수탁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현재 여주시는 질병청이 공식 승인한 검사전문의료기관에서 검사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정확한 검사를 위해 시약과 시설, 장비, 진단전문의 등을 갖춘 검사전문의료기관에서만 검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승인한 수탁기관은 전국 24곳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PCR 장비가 까다로운 규제와 기존 진단업계의 영업망을 뚫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유주연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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