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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건설현장 망가져 이런 사고 났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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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장에서 지금 매몰된 인부들도 다 우리 회원사 직원들일겁니다. 참 후진적인 사고가 일어났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날 만큼 현장이 많이 망가졌습니다. 잘못된 것이 많은데, 여기저기 이야기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아 답답할 따름입니다.”

조선비즈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12일 서울 대방동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대한전문건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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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만난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사진)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1993년 장평건설을 설립해 1994년부터 전문건설회사를 꾸려온 업력 30년의 기업인이다. 그만큼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현재 전문건설회사들이 직면한 건설현장 상황이 임계치에 다다랐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대형 시공사들의 하도급에 뒤따라오는 부당특약, 외국인 노동자마저 구하기 힘든 인력난, 노조의 불법 행위 등 때문이다. 윤 회장은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의 외벽이 무너진 것도,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역 철거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 과정에서 건설현장의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매몰된 직원이 회원사의 직원일 것이라고 하셨는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름을 아는 대형 건설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실제 공사를 하는 줄로 안다. 하지만 실제로 장비를 가져오고 뚝딱뚝딱 지어내는 건 전문건설회사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건도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지만 사상자는 모두 전문건설협회 소속 회사 직원들이다.

건설현장에서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왜 반복되느냐고 다들 답답해 하는데,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건설업체는 공사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종합건설업체들이 종합적인 계획과 관리, 조정업무를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실내건축과 토공 등 25개 업종(2021년 기준)으로 구성된 전문건설업체들은 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를 직접 시공하고 있다.

━ 건설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기에 이런 사고가 나는 것인가

“사고에 다양한 원인이 있겠고, 곧 책임 소재가 밝혀질테니 이번 사고에 국한하지 않고 이야기하겠다. 아무래도 무리한 공기가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전문회사끼리 이야기를 해보면 유난히 힘들게 하는 회사들이 있다. 공사를 늦게 시작했으면서 공기를 맞추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곳들이다. 여기에선 하도급 문제와 부당특약 문제도 꼭 발생한다.”

━ 부당특약이 무엇인가

“예를 들면 모든 민원은 하수급인이 처리해야 한다는 약정 같은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추가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다는 약정, 하자담보책임 기산점을 원도급공사의 준공일로 한다는 약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있는 일들이다. 손꼽히는 대형 건설사가 이런 계약서를 썼다. 계약내역에 없는 가시설비용을 을의 부담으로 한다,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을 없는 것으로 한다. 이 건설사는 결국 공정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공사 과정에서 민원이 나오면 민원 처리비용도 다 전문건설사에 부담하라고 한다. 어떻게 민원 처리비용이 공사비용에 다 포함하나. 예를 들어 소음·분진. 이건 시공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닌데, 이걸 우리에게 떠넘긴다. 민원 때문에 건설공정이 지체되면 지체배상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실제 공사를 하는 우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민원을 해결하고, 공사를 서두를 수 밖에 없다.”

━ 근절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

“전문 건설사한테 10억원 정도 비용을 떠넘기다 적발돼도 과태료 처분만 받기 때문이다. 과태료 몇백만원만 내면 끝인데 어떤 것이 더 남는 장사인가 생각해보면 쉽다.

그리고 전문건설사는 늘 종합건설사한테 일감을 받는다. 거래상 갑을관계라서 쉽게 말도 못 꺼낸다. 문제를 삼으면 거래가 끊기니 생존의 문제로 넘어간다. 해당 종합건설사와만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소문을 여기저기 내서 고립시켜버린다. 전문건설사 입장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게 된다. 생존이 걸리는데 문제 삼을 엄두가 나겠나.”

━ 공사비를 증액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공사비를 증액해도 전문건설회사에게는 내려오질 않는다. 거의 안 온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철근가격을 비롯한 자재가격이 얼마나 올랐나. 원청사가 재건축 조합과 협의해서 100억원을 올렸다면, 우리한텐 50억원도 안 온다. 그마저도 안 주려고 별별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한다. 나중에는 법대로 하라고 한다. 법대로 하면 해결하는데 2~3년은 걸린다. 그러면서 다른 돈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 아주 애를 먹이는 거다.

법으로 가면 정말 능력있는 로펌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도 어렵다. 대형 시공사들이 대형 로펌의 주요 고객이라 그렇다. 법으로 하자고 하면 이길 수가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법으로 해결하는 사이에 우리 같은 전문건설사는 망한다.

종합건설사들은 전문건설업체들에게 이윤이 별로 안 남도록 하도급을 주면서 공기부터 안전, 품질까지 다 맞추라고 한다. 그렇게 비용을 아낀 대형 시공사들의 수익이 사상 최대라는 기사라도 나면 우리는 기가 막힐 뿐이다. 전문건설회사들은 지금 아사 위기인데. 대형 시공사들의 현금유보율도 늘고 우리 전문건설사들은 빚만 쌓이고 있는 거다.”

━ 다른 문제는 또 없나

“인력 구하는 것이 당면한 큰 문제다. 이제는 외국인이 없으면 공사가 안 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숙련된 외국 인력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4년10개월이고, 다시 본국에 다녀와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본국에 다녀오지 못한 사람이 많다. 불법 체류자가 된 거다. 그런 노동자를 쓰면 바로 노조가 신고를 한다. 고용한 전문건설회사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본국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문건설사 입장에서 현장에서 4년 이상 기술을 배운 고숙련자들이 다른 곳으로 유출된다는 뜻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건설현장은 매번 초짜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법 체류를 해소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행정명령을 내리든 해야한다.”

11일 외벽이 붕괴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현장에서 골조·타설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 상당수가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9층 타설 현장에 있던 타설팀 노동자 8명 전원이 외국인 노동자였고, 3~4명을 제외하고는 현장 투입 경험이 적은 저숙련 노동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 건설현장에서 한국인은 왜 사라졌나

“우리나라 현장 근로자는 거의 50대 후반이거나 60대다. 2020년 기준으로 건설기능인력의 40대 이상 비중은 79.8%였고, 50대 이상 비중은 73.6% 였다.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아파트 공사에서 거푸집(갱폼) 등 골조 작업은 육체 노동강도가 높고, 터널·교량 공사는 지하작업, 산간오지 등 비선호 지역작업이다보니 내국 인력은 참 구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노조가 개입되면서 한국인 노동자를 쓰는 일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일정기간 동안 건물을 10층 정도 올리는 것이 통상적이라면 노조 소속 인력이 개입되면 6층 정도만 올라간다. 안전하게 짓는다는 게 아니라 태업으로 공기가 지연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나중에 어떻게 되나. 정신없이 짓게 된다. 이런 상황을 담보로 한 노조의 현장 불법 행위는 정말 상상도 못하는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 노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건설 노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20년 11월 말 기준으로 130곳이 있다. 노노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건설현장마다 이권 다툼을 벌인다. 건설 현장마다 다니면서 민노총과 한노총이, 중소 노조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건설현장 입구를 막고 공사차량을 못 들어가게 한다. 때론 폭력도 거침없이 쓴다.

그런 불법행위를 하면서 우리가 건설현장에서 형식상 위반하는 사항이 있으면 바로 신고하고 형사처벌을 받게 한다. 전 세계에 어떤 나라도 노조가 이렇게 강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노조 행위를 보다보면 수인한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뿐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도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펼쳐서 전문기업이 설 자리를 없게 만들었다.”

━ 국토부의 어떤 정책이 문제인가

“국토부가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을 추진했는데 그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처음엔 국내 건설산업의 수직적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오랫동안 유지해온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간 업역규제를 폐지했다. 시장을 구분짓지 말고 상호진출하라고 한 것이다.

곳곳서 문제가 나오고 있다. 종합건설사가 전문건설사의 기존 공사 물량까지 빼앗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21년 1월에 업역이 폐지된 이후 지난 11개월간 건설공사 상대시장 진출 허용 공사를 다 따져보니 종합건설사가 전문건설시장에서 수주한 것이 30.3%, 전문건설사가 종합건설사 시장에서 수주한 것이 7.6%다. 수주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소규모 건설사들은 이대로 두면 과당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살아야 하니까. 건설현장의 선진화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애초 도입취지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았으면 한다. 이를테면 30억 정도의 중규모 이상 공사부터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하거나 상호경쟁 가능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광주 외벽 붕괴 사고같은 것도 방지할 수 있다. 광주 사고와 같은 이런 일은 더 없어야지 않겠나.”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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