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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태웅 감독도 두손 번쩍…리베로 박경민의 '슈퍼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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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2년 만에 리시브·디그 모두 1위

연합뉴스

현대캐피탈 리베로 박경민의 '슈퍼 디그'
[현대캐피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허리 높이의 광고판이 눈앞이었지만 박경민(23·현대캐피탈)은 멈추지 않았다.

정지 신호를 보내는 본능을 뛰어넘듯 박경민은 광고판을 훌쩍 뛰어넘어 공을 건져냈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 1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4라운드 홈경기에서 3-2 대역전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올스타 휴식기를 맞는다.

현대캐피탈은 1, 2세트를 내줬으나 3세트를 만회한 데 이어 4세트 초반에 나온 리베로 박경민의 '슈퍼 디그'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현대캐피탈이 5-4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우리카드 나경복의 공격이 수비를 맞고 광고판 뒤로 넘어갔다.

박경민은 공의 궤적을 따라 끝까지 따라갔다. 광고판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점프해 한발로 광고판 위를 짚은 뒤 밸런스를 유지하며 두 손으로 공을 걷어 올렸다.

관중석 쪽으로 고꾸라졌던 박경민은 곧바로 다시 광고판을 타고 넘어와 수비에 가담했다.

박경민의 몸을 사리지 않은 디그로 현대캐피탈은 랠리를 이어갔고, 그렇게 만든 랠리를 펠리페 알톤 반데로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박경민의 엄청난 수비에 유관순체육관에는 큰 함성이 쏟아졌다.

센터 박상하는 박경민을 번쩍 들어 올렸다. 최태웅 감독 역시 두 손을 치켜들었다.

분위기를 확실히 끌어올린 현대캐피탈은 4세트에 이어 5세트까지 잡아내고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연합뉴스

리베로 박경민을 번쩍 들어올리는 박상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 2년 차 박경민은 올 시즌 남자부에서 가장 돋보이는 리베로다.

53.32%의 리시브 효율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정성현(43.69%·OK금융그룹)과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1위다.

박경민은 디그에서도 세트당 2.632개로 단독 1위다. 수비 종합 선두로 수비적인 면에서는 현재 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슈퍼 디그'를 경기당 한두 개는 꼭 해내며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박경민은 이날 경기에서 사실 1∼2세트에선 리시브가 불안했다. 하지만 3세트부터 살아났고, 4세트에선 승부의 추를 돌려놨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부침이 심한 편이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두 번이나 이뤄질 정도로 전력이 불안정하다.

하지만 박경민이 버티는 수비에서만큼은 안정감이 넘친다. 현대캐피탈이 잇단 악재에도 12승 12패로 5할 승률을 달리는 배경이다.

현대캐피탈에는 한국 배구 역사상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여오현이 뛰고 있다.

V리그 원년 멤버인 그는 무려 18시즌을 뛰며 563경기, 2천21세트에 출전하고 있다. 남녀부 통틀어 역대 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2년 차에 불과한 박경민이 단순히 주전 자리를 차지한 것을 넘어 '살아있는 전설' 여오현의 발자취를 부지런히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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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박경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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