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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메타버스 중심, 기업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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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2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게임즈의 향후 전략에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가 20일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신임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남궁 센터장은 1999년 김 의장과 같이 한게임을 창업한 멤버로 2020년 카카오게임즈를 코스닥에 상장시킨 주역이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해 말 팩플팀과 통화에서 “미래 핵심 키워드를 메타버스로 보고 있다”며 게임산업에서의 경험을 카카오의 미래 구상에 핵심적으로 적용할 것이라 밝힌 바있다.

(※관련 기사 :[팩플] 게임사 대표에 왜 미래 맡겼나…카카오가 하려는 ‘2가지 게임’)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는 20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임 대표로서 인사말을 올리며 메타버스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남궁훈 대표 내정자가 올린 글 전문.

안녕하세요. 제가 카카오대표를 맡게 되어 인사드립니다.

저는 카카오 미래 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으며 미래를 그리기 위해 카카오의 과거로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떠한 길을 왜 걸어왔는지 우선 뒤돌아 보았습니다. 카카오는 그 동안 의미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도전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땅을 찾는 도전, 다른 하나는 기술로 기존의 세상(땅)을 편리하게 변화시키고자하는 도전이였습니다.

1. 새로운 땅

초기의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새로운 땅을 만들어내었고, 그 땅에서 많은 회사들이 자유롭게 비지니스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디지털 컨텐츠 분야 첫 시도였던 for kakao 게임 사업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for kakao 모델은 카카오키즈라고 불리우는 기업들을 여럿 탄생시켰고, 그들은 카카오를 발판으로 성장하여 여러명의 상장사 CEO를 탄생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IT 사업, 그리고 그 사업을 운용하는 ceo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브라이언의 100명의 ceo 육성 계획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카카오는 위기에 빠져 있었던 당시 게임 산업에 새로운 활력소와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의 중립성에 방점을 두고 게임사에 지분투자나 전략적 제휴 없이 완전 개방형으로 운영하던 for kakao는 계약 기간이 종료되던 3년의 시간 후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제공한 플랫폼에서 성장한 회사들이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더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카카오에서는 게임 플랫폼 사업은 포기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이 새로운 땅 전략은 대한민국 사회 전체 입장에서는 성공한 전략이였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 기술로 기존 세상을 혁신

게임의 성공으로 고무된 우리는 다른 영역에 도전하였습니다. 그것은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세상을 편하게 하는 방향이였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도 하더군요.

첫번째 접근은 이동의 맥락이였습니다. 택시 산업을 유저와 사업자 관점에서 모두 더 편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분명 대한민국 사회를 편하게 바꾸었지만, 편해진 것 못지 않게 부작용도 발생하였습니다. 기존 세상의 혁신은 서비스 자체만을 볼 때는 성공적인 시작이였지만, 해당 법인의 입장에서는 아직 적자 상태이고,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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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사진 카카오


3. 새로운 땅 vs 기존 세상 혁신

카카오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난 10년간의 우리의 항해를 간단하게 게임과 택시의 사례로 분류하여 보았습니다. 두 사업 모두 명암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본다면 새로운 땅에 훨씬 좋은 사회적 의미가 있었던 것 같고, 카카오 창업 초심에 더욱 가까운 것 같습니다.

국민들께선 성장한 카카오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산업, 글로벌 시장과 같은 새로운 땅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카카오,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성장한 카카오, ESG 경영 시대에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관점에서 모든 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4. 새로운 땅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가장 사회적 요구에 가깝고 현재 카카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가상의 땅을 카카오톡이라는 지인 기반의 텍스트로 강력하게 구성하였지만 이는 국내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플랫폼의 특장점인 ‘지인기반’은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국인의 지인들은 대부분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의 플랫폼이 한국시장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게 되며, 더 큰 사회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본질적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미래센터를 운영하며 우리 카카오 공동체에는 디지털 세상의 3단계 형태소를 다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1단계 텍스트, 2단계 소리와 이미지, 3단계 멀티미디어로 디지털 형태소를 분류한다고 할 때 우리는 텍스트 형태소의 카카오톡, 소리 형태소의 멜론, 이미지 형태소의 페이지, 멀티미디어 형태소의 게임까지 카카오 공동체에 핵심 요소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세상을 새롭게 구성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흔히들 메타버스 세상을 3D로만 보지만 저는 디지털 컨텐츠의 모든 형태소를 전반적으로 바라보는게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는 디지털 형태소의 원천입니다. 화려한 그래픽 영상의 영화들도 대부분은 소설에서 시작되었고, 텍스트로된 대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현재의 MMO 게임들도 과거의 채팅 서비스인 IRC상에서 텍스트로 놀던 MUD 게임을 기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MMO 게임 상에서 화려하게 휘두르는 칼도 과거 머드게임 시대에는 ‘/때려’라고 입력하면, “티라노사우르스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렸습니다.”라고 표현하던 텍스트를 기반으로 성장한 장르입니다.

그렇게 텍스트는 디지털 컨텐츠의 핵심요소이자 원천이며, 카카오 공동체가 태생적으로 보유한 DNA입니다.

5. 메타버스로 재구성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혁신하려 했던 우리의 도전은 국민들의 시선에서는 혁신이라기 보다 누군가의 땅을 침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과 질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 세상의 기술 혁신 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하여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 같습니다. 지구의 환경 문제와 자원고갈로 화성 이주를 기획하던 테라포밍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우린 아마 굳이 화성에 갈 필요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카카오에서는 우리 시대의 화성, 무궁무진한 땅 메타버스를 개척하는 메타포밍 시대를 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카카오 10살 조금 넘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성장하여 외형에 비해 튼튼한 내실을 갖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너무나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데 집중하여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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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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