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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카카오 직원들 멘붕…스톡옵션 대박 기대했는데 휴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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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카카오 판교 오피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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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포털기업의 주가가 나란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직원들 시름이 커졌다. 행사 기간이 남긴 했지만 현 주가 흐름이라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수익실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행사가보다 떨어진 주가…"휴지조각 들고 있는 기분"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9만2300원에 마감해 최근 한 달새 25% 급락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5월 4일 본사 직원 2506명을 대상으로 총 47만29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스톡옵션을 실시한 지난해 5월 말 기준 1년 이상 재직한 2223명에겐 200주씩, 6개월 이상 1년 미만 재직한 283명에겐 100주씩 줬다. 신입 공채와 인턴도 100주씩 받았다.

행사 가격은 11만4040원으로 총 539억원 규모다. 행사기간은 2023년 5월 4일부터 2028년 5월 4일까지로 2년 근속 시 50%를, 3년 근속 시 전부를 행사할 수 있게 설정됐다.

스톡옵션 부여 시점에 카카오 주가는 11만4500원으로 스톡옵션 행사 가격과 비슷했지만, 급성장 일로에 있는 카카오 주가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17만원을 찍어 약 한 달 만에 1000만원 이상의 평가차익이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한 카카오 주가는 올해 초 계열사 일부 임원진의 대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사건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면서 급락했고 직원들 불만이 폭증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의 알짜 사업들이 연달아 분할상장하면서 상승 동력도 크게 줄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한 때 국내 시가총액 순위 3위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9위에 그치고 있다. 줄어든 기업가치만큼 직원들이 보유한 스톡옵션 가치도 쪼그라든 셈. 직원 A씨는 "경영진의 거버넌스 실패로 직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스톡옵션을 보유한 동료들끼리 '휴지 차고 다닌다'는 자조 섞인 표현을 서슴없이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주주총회에서 직원 3253명에 대한 스톡옵션을 승인했다. 행사 가격은 36만2500원으로 2023년 2월부터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네이버 주가는 40만원을 뚫으며 고공행진 했지만, 현재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연초 37만8500원으로 시작한 네이버 주가는 이날 33만500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올랐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11% 떨어졌다.

◆현금 아닌 스톡옵션…직원들 "동기부여 안 돼"


매일경제

네이버 사옥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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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지난해에 이어 오는 2023년까지 직원들에게 매년 200주씩 최대 6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흐름에 올해도 스톡옵션을 부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매년 스톡옵션을 비롯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스톡그랜트, 자사주를 사서 6개월 이상 보유 시 회사로부터 매입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지원 받는 주식 매입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부 직원들은 이 같은 주식 보상책에 회의적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타트업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 같은 보상책은 황금알과 같지만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인터넷 업종의 경우 직원 보상보단 직원들을 행사 기간 동안 회사에 잡아 두는 사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동기 부여로서의 기능도 줄어들게 됐다.

특히 지난해 테크기업들이 잇따라 연봉인상에 나서면서 카카오와 네이버 직원들의 연봉 인상 요구가 거셌지만, 카카오는 전직원 스톡옵션 부여 수준에 그쳤다. 네이버 역시 역대 최대 실적에도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과 연봉인상률로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IT업계 관계자는 "테크업계는 전통적으로 이직률이 높고 성과 보상주의가 강했다"면서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스톡옵션의 매력이 떨어지면 직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져 회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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