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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배터리 만드는 SK-LG가 충전기 사업에 투자하는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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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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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배터리 충전, 서비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배터리를 생산하는 SK그룹, LG그룹 등은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 충전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같은 사업 확장이 결국 핵심 사업인 배터리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그룹 계열사 등을 통해 배터리 충전업체를 인수하고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SK㈜에서 충전업체인 시그넷이브이를 인수한 데 이어 SK네트웍스는 이날 전기차 완속 충전기 운영 업체인 에버온에 1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전국에 1만여 개의 공용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에버온은 2023년까지 충전 인프라를 2만5000대 이상으로 늘려 충전기 네트워크 기준 업계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본사 자동차 종합관리 브랜드인 '스피드메이트', 자회사인 'SK렌터카' 등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SK렌터카의 경우 SK온과 배터리 생애주기 솔루션(BaaS) 사업에서 협업 중이다. BaaS는 배터리 대여·교환과 수리·충전, 재사용·재활용 등 배터리 사용주기를 아우르는 서비스 모델이다. SK렌터카와 SK온은 지난해 4월 배터리의 실시간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실제 주행하는 렌터카용 전기차에 적용해 배터리 상태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수명을 예측한다.

SK렌터카는 20여만대에 이르는 전체 차량을 2030년까지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렌탈 하우스인 SK렌터카 EV 파크 구축 및 'EV올인원' 등 전기차 충전 지원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 그룹 내 배터리 협업이 더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SK㈜가 지난해 2932억원을 투자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시그넷이브이도 전기차 급속 충전기 제조업체다. 인수당시 SK는 '전기차 충전시장에서의 입지 확보'를 인수 목적으로 밝혔지만, 업계에선 BaaS 부문 강화와 미국 BaaS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그넷이브이는 이미 미국의 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초급속 충전기 최대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이외에도 SK온은 지난해 11월 ㈜소프트베리와 함께 국내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진단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다. 소프트베리는 국내 최대 규모인 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전기차 충전 애플리케이션 'EV infra(이브이인프라)' 운영 업체다. SK온은 이를 통해 전기차가 주행하고 충전하는 모든 사용 환경에서 배터리의 변화를 측정한다.

LG그룹 역시 충전사업을 비롯한 BaaS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7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주행 데이터 확보와 배터리 교환, LG전자의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BaaS 사업을 발굴하는 차원에서다.

LG전자는 GS칼텍스와 전기차 충전소 통합 관리 솔루션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초급속 충전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GS칼텍스와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부터 빅데이터 분석, 수명 예측 등이 가능한 서비스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월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과 전기차 기반 모빌리티 및 배터리 신규 서비스 사업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BaaS 사업을 위해서다. 롯데렌탈이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를 제공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용량과 안전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배터리 평가 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에도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과 전기차 신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기차 및 배터리 특화 진단 서비스, 개인용 전기차 배터리 평가 인증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선 SK그룹과 LG그룹이 BaaS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를 배터리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고객에게 전기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방대한 배터리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배터리사들은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기 어렵다. 완성차 업체와 협업하면 수월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사에 정보를 넘겨주려 하지 않는다. 배터리사들은 충전소 데이터나 렌터카 데이터를 통해 우회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들은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배터리 정보를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점이 취약하다"며 "SK그룹이나 LG그룹이 충전업체 등을 인수하거나 협력하는 것도 향후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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