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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女화장실 들어온 그놈, 폰에서 '무더기 몰카' 나왔는데 무죄…왜 [그법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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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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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1] 상습 몰카범 덜미가 잡혔지만…



2018년 3월 9일 오후 6시쯤 경기도 안산. A씨는 우연히 마주친 여성 B씨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기 위해 계속 따라다녔다. A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가 탄 차량을 쫓던 중 다음 날 새벽 4시께 B씨가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B씨가 사용 중인 화장실 옆칸으로 들어간 A씨는 몰래카메라를 찍기 위해 칸막이 아래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집어넣었다. 그 순간 B씨가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A씨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이 사건을 첫 번째 범행이라고 하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러한 첫 번째 혐의사실을 토대로 A씨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렇게 압수한 휴대전화에선 이 혐의사실을 증명할 사진이나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또 다른 몰카를 찍은 두 번째 다른 범행들이 드러났다. A씨는 B씨를 마주치기 전인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원역 인근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여성들의 치마 속을 23회에 걸쳐 몰래 촬영하고, 같은 해 4월 2일 버스 안 좌석에 앉아있는 여고생 교복 치마 속을 몰래 촬영했다. 이 동영상이 A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동영상을 토대로 A씨를 신문했고, 이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A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으로 기소했다. 첫 번째 범행 아닌 두 번째 범행에 대해서만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여기서 질문!



휴대전화에서 여성 치마 속 몰카 영상이 무더기로 발견된 A씨는 당연히 유죄일까?



관련 법률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카메라등이용촬영) ①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 수색, 검증) ①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대법원 판단은?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출한 동영상들을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한 위법한 증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소사실(두 번째 범행)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첫 번째 범행) 중 일부와 동종 범행이지만,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 파일들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의 내용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쉽게 말하면 검찰은 두 번째 범행의 증거인 동영상들을 발견했을 때, 이에 따른 압수수색영장을 즉각 다시 청구해 발부받았어야 유죄의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 A씨가 수사단계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압수절차의 위법성을 다투지 않았고, 영장 혐의 사실과 비교할 때 범행 방법이 동일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검사가 주장하는 상고 사유만으로는 위법수집증거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해당 동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그법을 알려드림(그법알)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로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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