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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월드리포트] 홍콩 거리에 버려지는 햄스터들…1,200마리 이미 살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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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햄스터애호협회는 지난 19일 하루에만 10건의 햄스터 유기가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한 가족'으로 추정되는 햄스터 6마리가 한꺼번에 숲에 버려져 있기도 했고, 햄스터를 버려도 되느냐는 문의가 하루에 120건이 넘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단체에도 햄스터 유기 수십 건이 신고됐습니다. 이 협회는 햄스터 유기가 '공포'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홍콩 SNS에는 기르던 햄스터를 자발적으로 당국에 넘겨주거나 햄스터와 작별을 고하는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햄스터와 이별하고 펑펑 우는 사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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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를 당국에 인계하고 울음을 터뜨린 홍콩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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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햄스터 2,000마리 안락사시키겠다"…1,200마리 이미 살처분



앞서 홍콩 당국은 시민들에게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구매한 햄스터를 모두 당국에 넘겨주라고 촉구했습니다. 인계하지 않는 게 불법은 아니라면서도 햄스터를 방치하면 노인 100명 이상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햄스터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홍콩의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아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동물의 생명'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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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홍콩의 애완동물 가게. 지금은 폐쇄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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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밖에 있는 햄스터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세계 최초 사례입니다. 홍콩 당국은 지난 16일 한 애완동물 가게 점원이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게를 다녀간 손님과 손님의 가족도 잇따라 확진됐습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홍콩에선 3개월 동안 델타 변이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게 점원이 해외를 다녀온 적도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홍콩 당국이 애완동물 가게에 있던 동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고, 햄스터 11마리에게서 가게 점원과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이 가게의 농장 창고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왔습니다. 가게 점원의 바이러스는 유럽과 파키스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유전자 타입이 같다고 했으며, 햄스터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햄스터가 가게 점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가게 점원과 햄스터의 바이러스에서 일부 돌연변이까지 발견돼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홍콩 당국은 가게와 창고에 있는 햄스터 2천 마리를 안락사시키기로 했습니다. 토끼, 기니피그, 친칠라 등 다른 동물 1천여 마리도 살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살처분 결정이 내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 당국은 이미 1천200여 마리를 '인도적으로 처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햄스터 930마리, 토끼 159마리, 기니피그 81마리, 친칠라 38마리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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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복을 입은 요원들이 애완동물 가게에서 햄스터 등의 사체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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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반발…"대신 햄스터 키우겠다" 시민 늘어



지금까지 사람이 동물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사례는 많이 보고됐습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뿐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와 사자 등도 사람에게서 감염됐습니다. 반대로 동물이 사람에게 전파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2020년 덴마크에서 밍크가 밍크 농장 작업자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다고 보고된 게 거의 유일합니다. 코로나19가 맨 처음 박쥐나 천산갑 같은 동물에게서 유래됐는지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해외 냉동·냉장 식품에서 바이러스가 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례가 드물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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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자신이 키우던 햄스터를 당국에 인계하기 위해 들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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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홍콩의 경우 햄스터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겼는지, 거꾸로 사람이 햄스터에게 전파했는지 아직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해당 가게에 갔던 손님 한 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다른 애완동물 가게의 손님도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반면, 새로운 델타 변이 감염자 중 한 명은 애완동물 가게에 가지도, 햄스터를 접촉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햄스터가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 델타 변이가 이미 홍콩에 퍼졌고, 방역당국이 모르고 있는 사이 사람이 햄스터에게 전파했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동물애호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햄스터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확증도 없이 당국이 성급하고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햄스터 살처분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이 잇따르고 있고, 개, 고양이 등 다른 반려동물까지 집단 유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기된 햄스터를 대신 맡아 키우겠다는 시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햄스터 주인이 햄스터를 버린다고 하면 내가 대신 키우겠다'고 연락해온 사람이 3천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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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생은 햄스터를 당국에 인계하기 전 햄스터 우리에 '너를 사랑해'라는 쪽지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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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덴마크의 경우 밍크 농장에서 키우던 1천700만 마리의 밍크를 모두 살처분했습니다. 워낙 많은 밍크를 살처분하다 보니 농장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만 3조 4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멀쩡한 밍크까지 전부 살처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반발이 거셌습니다. 덴마크 정부는 사과했고 담당 장관은 사퇴했습니다. 이번 홍콩 당국의 햄스터 살처분 결정을 도운 전문가들에게도 협박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홍콩 명보)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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